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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시에르를 통해 노동운동과 노조를 생각한다

랑시에르는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1998/2008) 한국어판 서문에서 “나는 정치학을 배우는 학생도 정치학을 가르치는 선생도 아니었지만 학창시절에 식민주의 정책에 반대하고, 마르크스의 텍스트와 알튀세르의 해석을 통해 사회운동 이론을 발견했으며, 68운동의 충격을 겪고 마르크스주의 과학과 혁명 정치의 고전 모델로부터 이탈”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대한 사유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회의 진화 및 정치에 대한 주요 이론 작업들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그는 이론 작업보다 노동자 역사 문서고에 대한 연구를 더 선호했다. 그를 사로잡았던 것은 이론이 아니었다. 라깡의 가르침이나 들뢰즈의 철학을 끼워 맞추기 위해 다른 이들이 시도했던 이론적 시도들도 아니었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노동..

Critique 2023.02.23

편지쓰기의 정치미학

편지를 쓴다는 것 전남 광주의 어느 태국 노동자의 편지. “두려움으로 고향을 떠나던 날, 제 가슴엔 손아귀에 꼭 쥔 비행기표의 낯선 이름보다도 더 또렷하게 찍혀있던 이름이 있었지요. 불법체류자보다도 더 무서운 가족이라는 이름이. 시키는 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휴일도 없이 열네 시간씩 마스크와 안경 대신 가운 한 장으로 숨 쉬며 씻고 닦고 지웠던 일 년 반. 언젠가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손발은 망치에 맞은 것처럼 아팠지만 백 만 원 중에 팔십만 원을 고향에 보낼 수 있었기에 아픔이 절로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었지요. 아, 그런데, 그런데요. 날마다 만졌던 그 약품이 가족을 조금씩 일으켜 세우던 나를 조금씩 앉은뱅이로 만든 독이었다니요. 한국말로 ‘정상’이라는 뜻으로 시작되는 ‘노말헥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Critique 2023.01.19

민주당 정치를 고민하기 ① 20221219

리얼미터 여론조사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지난주보다 2.7%포인트 상승해 41.1% -(리얼미터 기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은 것은 6개월 만 -정부가 노동, 복지, 교육 등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 -20대와 중도층이 윤 지지율 상승 쌍끌이 -부산·울산·경남, 대전·세종·충정, 대구·경북 ↑ -광주·전라에서는 부정적인 평가 ↑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이 전주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43.7%, 국민의힘이 2.7%포인트 상승한 41.4% 생각 -12월 들어 윤과 국힘의 지지율이 상승 국면 지속 -집권 초기 5개월 동안 계속되었던 수 많은 논란거리(대통령실 이전, 관사 공사 잡음, 김건희, 천공 논란, 바이든 새끼 논란, MBC 논란 등)로 인한 정..

Critique 2022.12.19

윤석열은 박정희의 길을 선택했다-보수우파 대통령에게 가장 확실한 모델 ‘박정희’

11월 26일자 서울경제의 기사 “언론·야당은 물론 여당도 질타···尹의 정치 시작됐다”를 자세히 읽고 또 읽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과 행보를 가장 잘 해석하고 정리한 기사 중 하나로 평가하고 싶다. 기사를 읽고 난 후 내린 결론은 ‘윤석열은 박정희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첨단기술과 제조업에 기반해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을 롤모델로 여기는 국가들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럽과 미국, 중국은 미래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싸우고 이겨야 할 대상이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글로벌 시장”,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춘다”와 같은 수사(修辭)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민주당과의 대화 정치 포기, 노동계와 파업행위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과 억..

Critique 2022.11.26

코로나19의 뒤를 이은 초대형 경제위기, 그리고 진보보수합작정치

UN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 레베카 그린스펀이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해 한마디 했습니다. 그녀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는 금리인상과 통화 및 재정 정책이 개발도상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경제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지금의 경제위기로 인해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나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충격보다 훨씬 더 큰 손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식량과 에너지를 넘어 다른 부문까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공급 통제,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세 차례에 걸친 ‘자이언트 스텝’과 각 국가들의 연쇄 금리인상, 재정 지출 삭감, 달러 가치 상승과 환율 급등, 주식시장 폭락 등의 초대형 경제위기 앞에서 ..

Critique 2022.10.30

안타까움, 사과 그리고 배려?? SPC도 윤석열 대통령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SPC 그룹의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빵 소스 배합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10월 15일에 발생한 사망사고였다. 일주일이 지난 21일 SPC의 허영인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허영인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1000억원을 투자해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매우 무미건조한 대책도 발표했다.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도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SPC는 사망 사고 바로 다음 날 사고 현장을 천으로 덮어 놓고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했으며, SPL은 사망한 노동자의 빈소에 빵 두 상자를 갖다 놓았다. 이런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으니 회사 측의 사과나 재발방지책 발표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사망 사고 발생 다음 날 공장이 가동되었다든지, 빈소에 ..

Critique 2022.10.24

언론 바우처 제도는 언론을 개혁할 수 있을까?

정부와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랫동안 언론개혁을 주장했지만 언론계의 변화는 거의 없다. 무질서한 언론시장, 소수 주류언론사들의 여론독과점, 언론 진실성의 추락, 언론과 특정 정치집단과의 유착관계, 거대 광고주들에 대한 종속성, 클릭유도형 가십기사들의 범람, 사이비언론사들의 증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등 언론개혁의 시작과 끝이 어디일지 답답하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4년 넘게 수많은 언론개혁론이 등장했고, 집권여당의 정치인들이 언론개혁법안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머릿속에는 ‘가짜뉴스처벌’ 정도가 언론개혁을 대표하는 화두로 남아 있을 뿐, 도대체 언론개혁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을까를 놓고 숨박꼭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바우처 제도에 대한 관심과 입법 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필자 또..

Critique 2022.06.14

민주당과 정의당, 생물학적 세대교체가 아니라 개혁진보정치 자체의 교체를 향해 가야

90년대 대학가에는 새로운 사회비판사상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80년대 학생운동 진영에 영향을 미쳤던 고전 마르크스주의나 레닌, 스탈린, 마오주의 같은 구좌파 사상들이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서유럽이나 북미의 신좌파 이론이나 포스트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생태주의, 반인종주의, 문화연구(Cultural Studies), 독일의 비판이론,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다양한 사상적 자양분들이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새롭게 의식화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된 대학의 강단좌파들의 증가와 다양한 출판물과 매체가 끊임없이 출현했던 때가 바로 90년대다.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X세대, 오렌지족과 같은 세대담론들이 분출되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 욕망과 소비, 탈권위주의, 탈중심주의, 글로벌리즘의 시대적..

Critique 2022.06.14

트럼피즘과 한국의 개혁진보정치

트럼프의 패배, 트럼피즘도 종말? - 한국 개혁진보정치에 던지는 질문 트럼피즘의 4년 2016년 트럼프는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대선 후 전문가들은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바니아 등 쇠락해버린 제조산업 지대의 몰락한 백인 중산층이나 노동계급의 상실감과 분노를 자극하며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어 놓은 트럼프의 선거 전략을 승인으로 꼽았다. 퇴락에 따른 상실감을 공유하고 있던 러스트 벨티안들은 미국 제조업 파탄의 책임을 오바마와 민주당 정부로 돌리며,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를 통해 몰락한 중산층과 노동계급을 복원시키겠다는 트럼프의 단순명료한 주장을 받아 들였다. 중국과 일본, 한국 등지에서 밀려들어오는 저가의 제품들로 자신의 가정을 채워 나갔던 미국인들이 이제 자신들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미국의 제품들로 온 가..

Critique 2022.06.14

낭만 정치인이 그립다

낭만주의는 이전 세기의 신고전주의에 맞서 18세기 말~19세기 중반에 유럽에서 일어난 예술과 문학 운동이었다.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슐레겔이 문학에서 ‘romantic’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문학이란 감정적인 배설물을 상상적인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토르 휴고는 이를 ‘문학의 자유주의’라고 했던가. 상상, 감정, 자유, 주관성, 개인주의, 자발성, 사회로부터 고립된 은둔생활과 같은 핵심어들이 낭만주의를 주도했다. 이성이 아닌 상상, 미에 대한 헌신, 자연에 대한 사랑과 숭배, 중세의 신화나 신비주의와 같은 과거에 대한 매혹과 몰입.....이렇게 워즈워스, 바이런, 셀리, 키이츠, 에머슨, 호돈, 에드가 알렌 포우, 쏘로우, 멜빌, 위트먼 등 낭만주의자들은 앞선 선배(신고전주..

Critique 2021.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