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의 SNS 글.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이 글에 대해 지탄이 쏟아지자 자신의 글을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 맥락을 살펴보라고 하더니 급기야 “공부 좀 하라”고 꾸짖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의 명령을 따르고자 자료를 찾고 공부를 좀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순종실록에 관한 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조선의 마지막 왕이었지만 한일합병과 함께 일본의 신하로 격하된 순종의 이야기다. 그가 한일합병일이었던 1910년 8월 29일에 이렇게 말했다 한다. 순종실록에 따르면 말이다. 이해하기 쉽게 요즘 말로 풀어 써본다.
“내가 왕위에 오르고 난 후 뭔가 새롭게 잘해보려고 했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허약하고 잘못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이 적폐가 극도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를 개선할 가망도 없어 보인다. 한밤중에 한숨만 나오고 걱정은 커지는데 뭐 마땅한 방도가 없다. 더 심해지면 수습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막중한 임무를 남에게 맡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완용이 니가 이를 결연하게 깨닫고 결단을 내려서 한국의 통치권을 좀 주고 와라. 누구에게 주면 좋은가 하니 예전부터 친근하게 믿고 의지하던 이웃 나라 대일본 황제 폐하에게 드리면 좋을 것이야. 조선을 일본에 바쳐서 밖으로는 동양의 평화를 공고히 하고 안으로는 전국 백성들의 민생을 보전하라. 이렇게 하려고 하니 어이 백성 너희들도 지금 우리나라 꼴이나 지금 상황을 잘 살펴서 쓸데없이 소란 일으키지 말고 각자 하고 있는 일 잘하면서 일본 제국의 문명화된 새 정치에 복종해서 행복하거라. 이렇게 조선을 일본에 내주는 나의 이 조치가 다 그대들을 구원하려고 하는 지극한 뜻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내 뜻을 잘 헤아려 보거라.”
이렇게 말했다고 순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단다. 이 자료를 읽으며 정진석은 어디에서인가 순종실록의 글귀를 읽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순종실록에 기록된 순종의 말이 순종이 진짜 그렇게 말한 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감독 하에 순종실록을 편찬한 이왕직이 그렇게 쓴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이런 기록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진석이 한일합병과 일제 식민지 역사에 대한 관점은 정확히 순종이 했던 말(혹은 순종이 말했다고 기록한 글)의 전체적인 문맥과 유사하다. 정진석의 발언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썩어 있었으니 전쟁도 못해보고 그냥 갖다 바친 것 아니냐는 식의 결론으로 이어지면 19세기 중후반부터 조선의 개혁을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 한일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일본을 응징하려 했던 사람들, 더 나아가 제국주의에 맞서 평화를 갈구했던 사람들의 역사는 사라진다. 또 내부에서 누가 어떻게 썩어 문드러져 있었는지, 그리고 이 썩어 문드러진 세력 혹은 사람들이 조선을 일본에 어떻게 헌납했는지에 대해 더 정확하게 서술해야 할 책임이 정진석에게 있다. 또 정진석은 일본이 창조해낸 전형적인 식민사관을 아주 당당하게 떠받들어주고 있음을 자각하길 바란다. 정진석은 국민들에게 역사 공부하라고 소리치지 말고, 근대 일본의 전쟁사와 침략사를 더 다양한 관점에서 공부해 보심이 어떨까 한다.
'Critiq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안타까움, 사과 그리고 배려?? SPC도 윤석열 대통령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0) | 2022.10.24 |
|---|---|
| 박근혜를 위한 국힘의 마지막 선물? MBC 민영화에 대하여 (0) | 2022.10.18 |
| 준비된 국민, 시대에 역행하는 두 거대 정당 (0) | 2022.09.12 |
| 언론 바우처 제도는 언론을 개혁할 수 있을까? (0) | 2022.06.14 |
| 민주당과 정의당, 생물학적 세대교체가 아니라 개혁진보정치 자체의 교체를 향해 가야 (0) | 2022.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