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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민주당과 정의당, 생물학적 세대교체가 아니라 개혁진보정치 자체의 교체를 향해 가야

by NPS 2022. 6. 14.

90년대 대학가에는 새로운 사회비판사상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80년대 학생운동 진영에 영향을 미쳤던 고전 마르크스주의나 레닌, 스탈린, 마오주의 같은 구좌파 사상들이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서유럽이나 북미의 신좌파 이론이나 포스트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생태주의, 반인종주의, 문화연구(Cultural Studies), 독일의 비판이론,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다양한 사상적 자양분들이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새롭게 의식화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된 대학의 강단좌파들의 증가와 다양한 출판물과 매체가 끊임없이 출현했던 때가 바로 90년대다.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X세대, 오렌지족과 같은 세대담론들이 분출되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 욕망과 소비, 탈권위주의, 탈중심주의, 글로벌리즘의 시대적 흐름이 심화되었다. 과거와는 다른 시대적인 변화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 시대를 표상하는 세대적 특성들이 각종 세대담론으로 집결되었다.

불행하게 8690년대 이후의 사회비판 사상이나 이론과 친밀하지 못하다. 그들은 여전히 반일 vs 친일, 민주화 vs 독재, 통일 vs 분단, 노동 vs 자본, 민주당 vs 국힘당이라는 명확한 대립구도 위에서 사고하고 정치를 행한다. 이마저도 노동 vs 자본의 문제를 껴안고 씨름하는 86 정치인은 거의 없다. 이 엄청난 글로벌 자본의 시대에 자본과 자본주의의 문제를 자신의 정치영역으로 끌어안고 있는 86 정치인이 거의 부재하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뿐만 아니라 자본의 품에 포근히 안겨있는 86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심란하다.

아무튼 86 정치가 안고 있는 이 거대한 시대적 구멍. 90년대 이후 심화되고 있는 소비 자본주의, 기술 자본주의, 글로벌 자본주의, 소비와 욕망의 개인주의, 탈권위주의, 탈중심주의 + 불평등의 심화와 함께 부상하고 있는 극우적 혐오주의, 남성주의, 신국가주의와 민족주의 및 인종주의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을 해독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여전히 이들은 선명한 적대관계에 기초한 정치를 위해서 지도자-추종자(지지자, 동원자) 모델과 소수 엘리트 집행부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정당도 말로만 당내 민주주의를 외칠 뿐 진짜 민주주의는 없다. 다들 자기가 권위적인 권력자가 되기 위해 당원이나 시민들을 조직화하고 동원하려고 할 뿐이다. 민주당은 이미 말 그대로 탈이념 잡탕 정당이 되고 말았다. 90년대 이후 끊임없이 토론해왔던 진보정치의 방향 정립과 노선 경쟁은 싹 사라졌다. 세력 싸움, 선거 출전 경쟁 외에 민주당이 보여주는 이념과 노선, 방향과 가치가 무엇인지 그 누구도 묻지 않는다. 그냥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선한 것이고 진보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집단 허위의식 속에 갇혀 있다.

그래서 97세대의 정치가 전진해야 한다. 90년대 이후 개혁진보정치 진영을 바쁘게 만들었던 수많은 사회정치이론과 사상들을 민감하게 수용할 수 있는 세대이자 80년대까지의 정치 아젠다를 계승하면서도 뛰어넘을 수 있는 세대. 권위주의적이고 마초적인 리더와 대중 동원의 정치 모델을 벗어날 수 있는 세대. 인권과 민주주의를 사고할 수 있는 세대. 소수자와 약자의 사회적 평등을 선언하고 실천할 수 있는 세대.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각자 가진 사회적 몫을 인정할 수 있는 세대. 그러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태도를 어느 정도 체화하고 있는 세대. 결국 모든 정치가 개인 한명 한명의 삶이 존중받고 각자의 꿈을 실현해 가는데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명제에 동의할 수 있는 세대. 9786과 다르다면, 혹은 달라야 한다면 97 세대는 진짜 민주주의를 사고하고 사회적 평등과 인권, 지구의 공동 보전을 위해 다른 것을 인정하고 포용하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가는 정치에 기반해 적대와 대립을 앞세우며 모든 문제를 해결되지 않은 채 덮어버리는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정치는 생물학적 세대교체가 아니라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혁진보정치 자체의 교체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나이가 아니라 정치 노선과 의제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