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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안타까움, 사과 그리고 배려?? SPC도 윤석열 대통령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by NPS 2022. 10. 24.

SPC 그룹의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빵 소스 배합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1015일에 발생한 사망사고였다. 일주일이 지난 21SPC의 허영인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허영인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1000억원을 투자해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매우 무미건조한 대책도 발표했다.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도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SPC는 사망 사고 바로 다음 날 사고 현장을 천으로 덮어 놓고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했으며, SPL은 사망한 노동자의 빈소에 빵 두 상자를 갖다 놓았다. 이런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으니 회사 측의 사과나 재발방지책 발표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사망 사고 발생 다음 날 공장이 가동되었다든지, 빈소에 빵 상자를 갖다 놓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니더라도 SPC 허영인 회장의 사과는 하나마나한 것이다. 허 회장 정도의 사과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클리세 같은 것이고 매우 형식적인 절차 정도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실망스럽고 신뢰할 수 없다.

 

진짜 사과는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 정확한 진위 여부나 상황 파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 발표된 사과는 지연된 사과이고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이루어진 사과이다. 누가 보더라도 원인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원인의 제공자나 가해자의 사과는 지체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허 회장의 사과는 한참 늦었다. 빈소를 찾아 즉시 사과해야 했다.

 

사과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줄일 요량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또 쏟아지는 비난에 대응하는 이미지 전략이 되어서도 안된다. 사과는 진심이 담겨야 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심으로 책임을 느껴야 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한 구체적인 약속과 행동이 지속되어야 한다. 사과는 그냥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자신을 위해 일하다 죽거나 다친 노동자들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희생자 기록관과 추모관을 만들어야 한다. 유가족에게는 충분한 보상과 위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노동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희생자와 유가족, 회사 동료와 사회구성원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사과가 사과로 끝나지 않고 끊임없이 용서를 구해야 한다. 용서를 구하지 않는 사과, 용서를 수반하지 않는 약속은 진실하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다. SPC는 아주 많이 달라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많이 달라져야 한다.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고 사고 경위를 파악하도록 조치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같은 사회를 살아나가는데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하는 것이란 정도의 생각으로는 좋은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

 

사람과 사람, 기업주와 노동자 사이에 사로를 인간적으로 대하고 살피는 것은 좋은 윤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책임을 지고 용서를 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는 일이 윤리적인 것으로 대체되면 안된다. SPC 노동자의 사망 사고뿐만 아니라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를 인간주의적인 배려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된다. 듣고 보기에는 악의가 없어 좋아 보이지만 대통령의 위치에서 해야 할 말은 아니다. 대통령은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법률과 행정력을 집행해야 하며, 기업이 노동재해를 방지하는데 더 많은 투자와 비용을 아끼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말과 사과, 인간애적 배려가 이를 대체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노동재해에 대한 기업주나 대통령의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