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는 식견있고 정보에 밝은 유권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은 그런 이상적인 조건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독점체제 즉, 극소수 거대 기업들이 대중매체를 지배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들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시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뉴스의 85%를 텔레비전으로부터 얻는다. 그리고 이 뉴스들 대부분은 주요 방송국 여섯 군데에서 제공한다. NBC는 제너널 일텍트릭(GE), CBS는 웨스팅하우스, ABC는 디즈니, 폭스(FOX)는 우익 성향의 억만장자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다. CNN은 세계 최대의 연예사업복합체인 타임워너가 사들였다. 공영TV(PBS) 역시 점점 다양한 기업 이익집단에서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TV에서 보도하는 내용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보도해야 할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 데도 문제가 있다. 빈부격차 심화라든가 누진적 조세제도에 관해서는 절대 논하는 않는다. 미국에서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재계와 월스트리트를 다루는 TV 프로그램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1500만 인구가 노조에 가입해 있는 미국에서 노조운동의 목표와 문제점, 노동자의 요구사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국 TV 프로그램은 단 하나도 없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노조가 미국 노동자의 삶을 보호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텔레비전을 통해 접할 기회가 없다. 과격한 우익 인사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출연하지만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에서 진보주의자의 목소리는 거의 방송되지 않는다.
주요 TV 방송국을 기업이 소유하는데서 오는 이해 충돌은 심각하다. NBC를 소유하는 GE는 무기 생산으로 수십억 달러를 번다. 따라서 국방비와 외교 정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게다가 GE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미국의 일자리 수천 개를 해외로 이전시켰다. 따라서 NAFTA, GATT, 중국에 최혜국 지위 부여, 그 밖에 무역 정책을 결정하는 여러 사안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 초 GE는 연방세금을 전혀 안 내고 넘어갔고 또 그러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연방 세금 정책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GE는 오랜 세월동
안 노종에 적대적인 기업으로 명성을 구축해 왔는데, 늘 노동자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따라서 연방 노동정책에도 관심이 지대하다. GE는 금융기관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 따라서 금융과 보험 규제 정책에도 큰 관심이 있다. GE는 전자매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따라서 통신규제법안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이 모든 분야는 GE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부문들 가운데 극히 일부일 뿐이다.
-버니 샌더스, 홍지수 역, <버니 샌더스의 정치혁명>, 2015, 341-343쪽(일부 어휘나 문장 조정),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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