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자식 사랑을 문제 삼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이들도 자기 자식이 잘 먹고 잘사는 모습을 보며 눈감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부모라면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주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이곳 대한민국에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평생 성실하게 일하며 한푼 두푼 아껴가며 자녀들을 키웁니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포기해가며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해야 자식들을 학교에도 보내고 결혼 준비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 수준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구요? 이제 다들 살림살이가 넉넉해져서 자식들이 하고 싶은 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수준은 된다구요? 부동산, 주식, 코인 투자 같은 것도 해서 여유 자산들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구요?
배부르게 살 수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얼마나 될까요? ‘배부름’은 ‘위’을 채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학비 걱정 없이 대학 이상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유학을 보내고, 풍부한 교양과 지식을 쌓게 해주고, 이런저런 일자리를 얻게 해주고, 든든한 뒷배경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요?
한국은 돈이 돈을 낳고, 가난이 가난을 가속화하는 곳입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불평등 5위 국가입니다. 소득 격차, 자산 격차 모두 급속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내 삶이나 내 자식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자체를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2025년 국가데이터처 사회조사 결과가 보여주듯이 상위층 사람들의 63% 정도가 계층 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하위층 사람들은 17% 정도만이 희망적으로 보았습니다. 이제 꿈과 희망 수치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니 ‘신분세습사회’라는 말이 나옵니다. 조상과 부모를 잘 만나 자식들도 계속 부와 각종 기회를 누리며 살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특히 청년이나 10대들은 믿을 것은 조상과 부모 밖에 없다는 자조와 탄식을 입에 달고 삽니다. ‘신분세습’은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브르디외의 개념을 빌어오자면, ‘문화자본’이나 ‘사회자본’, ‘상징자본’의 격차도 봐야 합니다.
문화자본은 문화적 재화, 지식, 교육 수준, 취향이나 예술적 소양, 학위나 졸업장, 자격증 등을 포함합니다. 사회자본은 사회적 관계망이나 인맥 같은 것을 말합니다. 사회자본이 클수록 사람들을 활용하거나 동원할 수 있는 힘이 커집니다. 상징자본은 개인이 명예를 얻거나 권위나 신뢰, 사회적 인정을 획득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이 클수록 ‘상징자본’을 구축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불평등이라고 할 때는 경제적 격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경제자본+문화자본+사회자본+상징자본에 걸쳐 발생하는 총체적인 불평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한국 사회가 ‘신분세습사회’로 치닫고 있다고 말할 때, 불평등이나 격차가 경제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돈과 권력을 가지고, 높은 지위와 명예를 누리는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이 ‘신분세습사회’의 꼭대기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자식들의 정치·경제적 자본과 문화·사회·상징자본들을 증식시켜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다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일까지 벌이게 됩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부모의 ‘진짜’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관점에서 한동훈 의원의 딸 허위 스펙 의혹을 들여다봅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그리 많은 논문들을 어떻게 쓰고, 해외 학술지에 게재할 수 있었을까요? 대필 작가가 있었다는데 그럼 한동훈 의원 딸의 논문은 누구의 성과물입니까? 어디에 사용하려고 논문을 그토록 만들어내고 싶어 했을까요?
한동훈 의원을 지지하는 어느 국회의원은 한동훈 의원의 딸을 ‘천재’라고 하는데, 그 ‘천재’를 불러 자신의 논문들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천재성을 검증이라고 해볼까요? 한동훈 의원의 딸은 무엇을 위해 아랍에미리트의 수학자가 웹사이트에 올린 수학 문제들을 표절해 전자책을 만들어 아마존에서 ‘0.99’달러에 판매했을까요? 다 떠나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은 이런 행위들에 대해서 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것일까요? 묻고 또 물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동훈 의원의 딸 허위 스펙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인 세 명이 서로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국, 한동훈, 김민석 이렇게 세 사람입니다. 한동훈 의원은 자기 딸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고 이미 무혐의 처분받았다며, 이미 법적인 책임까지 졌던 조국 원장의 과거를 소환하고, 김민석 의원을 향해서는 “당신 아들 문제나 해명하라”며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묻고 싶습니다. 경찰 수사나 특검도 중요합니다.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며 여러 해명을 늘어놓는 것도 좋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자식은 무슨 문제 없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의혹의 당사자가 되었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누가 봐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행동이고 의혹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 여럿 발견되었다면, 자신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국민들의 분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커집니다. 자식 일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부모들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문화자본’에 ‘조선의 최고 칼잡이’라는 ‘상징자본’을 가진 검사 출신이자 법무무 장관 출신입니다.
당 대표를 거쳐 국회의원까지 된 정치자본의 소유자입니다. 엄청난 사회자본도 축적되어 있을 것입니다. 언제든 따님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데 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 경제자본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한동훈 의원과 같은 공직자들이 자기 자식들을 ‘신분세습사회’의 승리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벌인 행동들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면 법 타령만 하고 있으면 안됩니다.
위선, 내로남불, 불공정, 정치깡패 세력에 맞서 보수 재건을 외치는 한동훈 의원이라면 당장 딸과 관련된 ‘합리적’이고 ‘정황 가득한’ 의혹들에 대해 반박 증거들을 가지고 제대로 해명하기 바랍니다. 먼저 나서서 조사받겠다고 하십시오. 다른 정치인들 언급하며 물타기 할 필요 없습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편의점, 카페, 식당, 배달 등 가리지 않고 ‘알바’하며 수업시간에는 피곤해 졸고, 학생식당 밥값 아끼겠다며 편의점의 값싼 가공식품으로 배 채우는 ‘신분세습사회’의 아랫동네 집안 자식들의 삶에 침 뱉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국민들이 수사 무혐의 처분이니 법적으로 문제없느니 하는 소리를 다시 듣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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