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정치평론가들과 언론인들은 이재명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모두를 향해 ‘중도실용주의’로 가야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들을 비교하면서 “바보야, 문제는 중도야”라고 말하며 자기 지지층만 보고 달리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이 지지층 중에서도 소위 ‘코어 지지층’이라고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과도하게 기대지 말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누가 뭐래도 자기 당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지 않고 일편단심 표를 던지는 지지층을 벗어나 이 당 저 당에 자유롭게 표를 던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져오는 정치를 하라는 조언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다른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소위 같은 진영의 사람들의 이탈 비율이 결코 낮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평가를 놓고 봐도, 진보 응답자 중 상당 부분이 부정 평가로 돌아섰습니다. 9월 갤럽 조사에서 진보층의 부정 응답은 33%로 올라갔습니다. 갤럽의 1년 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7%였던 진보층 부정 응답이 26%p 상승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지난 9월까지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545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진보층의 약 33%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1년 간 중도층 이탈률이 40%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진보층 이탈률 33%라는 수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즉, “문제는 중도야” 이전에 일단 “더 큰 문제는 진보”라는 고민이 더해집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지지세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하락세에 있고, 국민의힘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하락세 속에서 진보층의 이탈 또한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진보 결집률은 올해 3~4월까지 80%대에서 8~9월 70% 초반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진보층 이탈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국민의힘의 보수 결집률 상승과는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40%대까지 추락했던 보수 결집률은 현재 60% 중반대까지 상승했습니다. 즉, 집 나간 보수층 20%가 그래도 우리 집이라며 국민의힘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수치가 아니라 추세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강도는 다르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선 중도층과 함께 진보층의 마음이 떠나고 있고, 중도층과 보수층 상당수가 떠나있었던 국민의힘에는 보수층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떠날지를 고민하는 진보층과 중도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민해야 하고, 국민의힘은 더 많고 강력한 보수층의 복귀를 기반으로 중도층까지 뺏어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국민의힘도 “문제는 중도야” 하면서도 “더 큰 문제는 보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결국, 정치 평론가들과 언론인들의 충고나 기대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과 양당은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안 다시 세우기’ 대작전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진보 진영의 결집을 외칠 것입니다. 국민의힘으로 귀환하는 보수 지지층들의 행렬을 보면서 진보 진영의 위기감을 자극할 것입니다. 보수 지지층이 다시 뭉칠 이슈가 많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사안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밀리면 곧 절벽 끝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친명, 친노, 친문, 친조국 지지자들을 다 끌어모을 것입니다. 정청래 전 대표와의 청와대 4시간 회동과 “우리는 동지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강성 개혁파들의 요구를 최대한 ‘실용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자리와 권력을 더 많이 나눠줄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들이 중도층이 아니라 코어 지지층이라는 것을 영리하게 꿰뚫고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결전을 위해 보수 대결집에 나설 것입니다. 곧 총선이 다가옵니다. 어떻게 해서든 한동훈 의원을 ‘강제적으로’(용서를 빌어라 그러면...) 복귀시키고 당 권력 배분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또다시 양당의 강경 전투태세 구축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은 중도층이 대통령의 지지율과 양당 지지율을 좌우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코어 지지자들은 그냥 표‘만’ 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에게 반대 당이나 반대 당 지지자들은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으며, 반드시 없애야 할 대상입니다. 코어 지지자들에게 자신들의 당은 적진을 초토화하고 영토를 점령해야 하는 군대입니다. 그러니 반대 당과의 모든 싸움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어야 합니다. 양당의 정치는 곧 전쟁입니다.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와 목적도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전쟁에서의 패배는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들은 매일 수많은 형태의 전투 속에서 전우애와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차근차근 쌓아갑니다.
누군가를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에서 집 나간 ‘중도’를 다시 찾아오라고 말하는 것에 딴지 걸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흔쾌히 동의하기엔 어렵습니다. 묻습니다. 정말 중도로 가면 지지율이 막 올라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요? 도대체 이 중도의 길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불행하게도 우리는 더 강렬하게 싸우고 결집하면서 지지율까지 상승하는 한국 정치의 문법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아직은 찾을 수 없습니다.
이영주/정치포럼 ‘노랑새와 빨간 장미(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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