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자멸을 반복한다. 자멸 뒤 상대 당의 또 다른 자멸로 부활하기는 한다. 정권이나 당을 자멸의 길로 이끈 주도자들은 부활과 함께 과거를 묻어놓고 또 다른 권력을 위해 질주한다. 문재인 정권 시절이다. 온 나라의 모든 것을 뜯어고치겠다며 ‘적폐청산’과 ‘재조산하(再造山河)’라는 깃발을 방방곡곡 휘날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의 승리와 남북정상회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기본값이 된 것 같은 200석에 가까운 국회 과반 의석에 취해 들어갔다. 2018년 지방선거 싹쓸이 승리와 최소 20년 집권론으로 희희낙락, 기고만장했다. ‘수박 감별사’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걱정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반(反)개혁 반동 세력으로 낙인찍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일삼았다.
적폐청산 프로젝트는 오래 가지 못했다. 누가 방해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적폐 때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 모여든 ‘진보라 불리는 집단’ 카르텔의 동조나 침묵 때문이었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 고위공직 배제 7대 원칙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권 초반부터 인사 논란이 일어났다. 안경환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했고, 첫 내각은 정권 출범 195일 만에 가까스로 완성되었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에 이견을 제시하는 청년들을 ‘우경화’되었다며 꾸짖었다.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버린 각종 시험과 입시의 공정성을 뒤흔든 조국 사태가 터졌는데도 조국을 지키겠다며 서초동에 촛불을 밝혔다. 촛불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당원 동원 명령을 내렸고, 서초동의 촛불은 광화문의 태극기에 맞선 거대한 성전으로 격상되었다.
임대차 3법, 대출 규제, 다주택자 규제, 공급정책을 혼란스럽게 오가며 정책 신뢰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부동산 소유자들을 ‘적폐’ 중 하나로 취급하면서 자신들은 이런저런 내부 정보를 이용해 미리 땅과 아파트를 사놓았다. 치솟는 전세가에 발만 둥둥거리는 서민들을 향해 월세가 전 세계적인 표준 같은 것이라며 전세 서민들을 계몽하기 바빴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두 광역 지자체장의 성추행 사건을 방어하는데 앞장서고, 추미애와 윤석열의 기나긴 싸움으로 검찰개혁의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가는데도 대통령은 무기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정권과 당의 실패가 누적되고 국민의 반감이 커가는데도, 이들은 보수언론을 포함한 적폐들의 저항이라며 투쟁의 결기를 다졌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무지, 무능, 무념한 후보라며 그토록 공격했던 윤석열에게 대통령의 자리를 헌납했다.
지금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때처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을 탄핵하고 조기대선에서 승리했다. 탄핵 상황에서도 야당 후보에게 40%가 넘는 표를 뺏기고 과반을 넘지 못한 승리였다. 그만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반감은 컸다. 윤석열의 불법 계엄과 탄핵이 아니었다면 이재명 후보는 결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의혹, 2022년 대선에서의 패배와 대선 패배 3개월 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와 당선, 이를 위한 송영길 의원의 지역구 양보와 명분없는 서울시장 출마라는 기이한 당 운영 행태가 이어졌다. 이어 이재명 당 대표가 탄생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조기대선이 있기까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는 1인 정당이 되었다. 국민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12개 중대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던 만큼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컸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슬로건을 내세워 만기친람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권이 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때와 유사하지만 더 심각한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측근 실세들의 인사 농단 문제가 터져 나왔다. 거대 의석을 내세워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 인사들의 수사와 재판을 없앴을 수 있는 입법과 형사사법 개조 작전을 수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은 계속해서 갈팡지팡 땜질도 부족해, 돌고 돌아 결국 윤석열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장 탓하기 바쁘다.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후, 국민의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것이 마음 아프다며” 후보자들의 자진사퇴 쇼가 이어진다. 장관 후보자들과 이들을 추천한 측근 실세들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커지는데, 대통령은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를 넘어 개인들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법들을 만들면서도 서로 박수치며 좋아한다. 조작기소라고 쓰고 공소취소라고 읽어야 하는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대통령으로서 이를 거부하겠다는 발표 없이 여전히 공소취소의 명분을 만들어 줄 특검법을 국회가 알아서 해주라는 우회 꼼수를 버리지 않는다.
내로남불 위선과 불공정, 투표 시스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청년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극우’라는 딱지붙이기에 열중하고 있다. 살지도 않았던 “마음의 고향”에서 철거민 특별공급 아파트 4채를 소유하고 장남 편법 상가 매입이나 위장전입과 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찬성하며 용혜인, 김승원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정도로 대충 뭉개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정치인과 친민주당 언론이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온라인 전사들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수박 떨거지’, ‘보수 반동 적폐’로 규정하고, ‘진짜 대한민국’을 향한 ‘개혁 전선’에서 후퇴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묻는다. 문재인 정권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실패를 인정할 수 없는가? 무지, 무능, 무념의 술꾼이자 접대부 줄리를 부인으로 둔 윤석열이라고 공격했지만 결국 대통령 자리를 갖다 바친 원인이 보수 반동 세력과 수박들에게 있다고 말하고 싶은가? 집권 1년 4개월 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을 일시적인 것이라고 보는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반감이 곧 사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고,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든 민주당의 정치인들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여전히 자신들을 보수와 적폐에 맞서 투쟁하는 개혁과 진보세력이라고 착각한다면, 더 결정적인 공멸의 시간이 곧 다가올 것이다. 시간이 연장되는 딱 한가지 요인이 있기는 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부활을 돕는 국민의힘과 보수의 실패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국민의힘과 보수의 실패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을 완화시켜 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영주/정치포럼 ‘노랑새와 빨간 장미’(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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