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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철도에 새로운 경제와 문화의 희망을

by NPS 2014. 1. 2.

이영주(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 

 

 

 

팔려나갈 철도의 운명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6월 들어 서울역과 용산에서 출발하는 KTX 수도권 노선 외에 수서에서 평택까지 연결된 후 다시 지금의 KTX 노선과 합류되는 수서발 KTX’를 운영하는 법인을 허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았다. 코레일을 여러 개의 자회사로 분리하고 적자 노선에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며, 철도물류나 철도차량관리, 철도시설유지보수 부문을 자회사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에 포함된다. 그러나 서울시, 정치권, 철도노조, 시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철도 노조는 파업에 들어갔다. 코레일은 8000명에 가까운 철도 노동자를 직위 해제했고, 경찰은 20131222일 철도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5000명의 거대 병력을 투입해 민주노총 사무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또 이렇게 2013년판 철도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비극으로 점철된 한국의 철도 역사

 

철도의 역사와 산업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현재 철도 민영화의 해악성을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사회공공성연구소의 박흥수 객원연구위원은 한국의 철도 역사 자체가 비극으로 점철되었다고 말한다. 18981217일 일본이 경인철도의 부설권을 손에 쥐면서 동아시아 진출을 위한 군사 노선으로서의 철도, 자원들을 수탈하는 수탈체제로서 철도의 시대를 열게 되었던 것이 우리 철도의 비극의 서막이었다. 또 분단과 전쟁 그리고 빈곤 속에서 처절하게 파괴되면서 철도의 비극은 계속되었다. 전쟁 동안 철도는 거의 파괴되었고, 전쟁 이후에 그나마 남아있는 철로를 복구해 미군이 남기고 간 기관차를 운영할 만큼 상황은 처참했다.

70년대 경제 성장과 함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철도 또한 핵심적인 사회간접자본으로 본격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철도는 자동차 산업과 도로 교통망 확충이라는 변수를 만나게 된다. 1974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도로교통의 효용성이 급증하면서 거대 산업인 철도에 국가가 재정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게 된다. 도로 건설에 정부의 재정이 몰리기 시작했고 철도산업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되었다.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급전직하하게 되고 고속버스와 자가용의 시대에 대한 환호는 커져갔다.

 

새롭게 발견한 철도의 가치, 그런데 다시 위기를 맞다

 

90년대 이후 철도는 부활했다. 대도시에서 지하철의 비중이 커지고 대도시 주변의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높아졌다. 또 엄청나게 증가한 자동차로 인해 도로 교통 체계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철도가 도로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서울, 대전, 부산, 대구, 광주 등을 고속철도로 연결해 보다 유동적인 산업 환경을 만드는데 철도만큼 좋은 교통수단이 없었다. 사라질 것 같았던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노선이 출퇴근과 여행, 명절 때 민족 이동의 든든한 동반자로 거듭났다. 비극을 거듭했던 철도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된 것이다.

 

철도에 새로운 경제와 문화의 생명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식민지 철도로부터 시작해서 비참하고 열악한 철도 환경 속에서도 시민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던 철도를 급작스럽게 민영화하려는 시도를 누가,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따져 묻는 것이다. 그리고 민영화의 손실이 무엇일지를 거짓으로 꾸미지 않고 사실과 정확성에 기초해 토론해야 한다.

유럽은 현재 도로 투자보다 철도 투자를 더 우선시하고 있다. 자동차와 도로 산업의 팽창으로 인해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과 에너지 위기 앞에서 친환경적이고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교통 체계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나 교통 전문가들은 철도를 아주 단순한 시장 상품 정도로 간주하는 것 같다. 신자유주의 민영화의 역사적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국가의 공공적 자산의 중요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데도 한국은 여전히 민영화 타령이다. 우리는 민간 자본들이 참여해서 연구보고서를 내고 정부의 공공연구기관이 이러한 보고서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제공되는 장밋빛 민영화 청사진들이 얼마나 포장되고 위험한 것인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KTX 광명역의 실패 이유, 수서발 KTX가 안고 있는 실패의 위험성, 현재 일반선과 고속선의 충돌 문제 등 깊이 진단하고 개선해야 할 철도의 측면들을 제대로 논의하지도 않고 민영화 카드를 밀어붙이는 정부는 차분하게 철도의 미래를 토론할 수 있는 시간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이 계속해서 철도 산업의 개방을 요구하는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철도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적자라는 개념이 도대체 무엇이며, 이 적자가 무조건 나쁜 것인지에 대한 폭넓은 토론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공부문=경쟁력 없음=적자=국가 재정 부담=세금 부담이라는 식의 지극히 단순화되고 화석화된 논리만 반복해서 시민들을 설득하려는 것은 솔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선동적이다.

철도가 민영화되어 시민들의 요금인상이나 적자 노선의 폐기와 같은 방법에 결정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때 철도를 매개로 해서 새롭게 창조될 수 있는 경제와 문화의 가능성들을 상실하게 된다. 양평과 같은 지역에서 철도의 의미는 더욱 크다. 역사(驛舍) 자체가 지역에 큰 힘이 되고, 역사 주변에 새로운 주거 단지가 만들어지며, 철도와 관련된 직업이 만들어지거나 철도와 연관된 문화 콘텐츠 경제가 계속해서 시도될 수 있다. 이같은 새로운 경제와 문화는 단순히 돈으로만 계산되지 않는 지역의 자생적인 발전의 조건을 만들어내는데 매우 핵심적인 요소이다. 팔아야 할 상품이 아닌 경제와 문화의 창조적 공공 자원으로 철도를 들여다보기 시작할 때 철도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우선 ‘Not For Sale’의 목소리에 응원을 보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