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 Rothstein, The idea of a liberal socialism,
https://www.socialeurope.eu/the-idea-of-a-liberal-socialism
‖ 대다수에게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이념적, 정치적으로 정반대되는 개념으로 여겨짐. 사회주의는 국가가 사회를 통제하고, 모든 것을 국유화하며, 시장 경제를 통한 자원 배분이 아닌 중앙 계획 경제를 지향하는 것인 반면,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기 결정권, 시장의 우선시, 그리고 국가의 역할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임.
‖ 사회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유주의자들이 시장 경제가 낳는 불평등에 무감각하고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개인에게 지나치게 많은 책임을 전가한다고 믿음. 반면 자유주의자들은 사회주의자들이 과도한 국가 권력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개인의 권리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시장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무시한다고 생각함.
‖ 그러나, 역사적으로 몇몇 정치 사상가들은 이러한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고 반박하려 했음. 그중 한 명이 바로 Carlo Rosselli 인데, 그는 1929년에 자유사회주의(liberal socialism)라는 개념을 제시했음. 부유한 유대인 가정 출신인 로셀리는 일찍이 이탈리아 사회당에 가입했음. 그는 1919년에서 1920년 사이 사회당이 벌인 계급 투쟁, 즉 대규모 파업과 공장 점거로 인해 나라가 내전 직전의 상황에 이르렀고, 결국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들이 승리하게 된 사건을 계기로 마르크스주의적 결정론을 비판하기 시작했음.
‖ 로셀리는 유망한 학문적 경력을 포기하고 반파시즘 운동에 참여했으며, 몇몇 투쟁가들의 탈출을 도운 후 리파리의 수용소에 수감되었고, 그곳에서 비밀리에 그의 유일한 저서인 《자유사회주의》(Il socialismo liberale)를 집필했음.
‖ 로셀리는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음. 그는 개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자유주의가 사회주의의 윤리적 기반이라고 보았음. 그는 러시아 공산당이 세운 독재와 레닌의 관료주의적 권력 행사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비난하며, 분권화와 지역 자치 협동조합에 기반한 경제를 옹호했음.
‖ 로셀리는 스탈린의 강제적인 농업 집단화와 일당 독재 대신, 시민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구조적 사회 개혁을 옹호했음. 2년 넘게 포로 생활을 한 로셀리는 탈출에 성공해 프랑스로 건너가 파시즘에 맞서는 중요한 운동인 '정의와 자유' 운동을 창설했음. 1937년 6월, 그는 형 넬로와 함께 온천 마을 바뇰드론에서 프랑스 파시스트들에게 살해당했음. 전후 법적 절차를 통해 이 사건이 무솔리니의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밝혀졌음. 파리에서 열린 형제의 장례식은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한 대규모 반파시즘 시위로 이어졌음.
‖ 한편, 스웨덴의 Gustav Möller 역시 독창적인 자유사회주의 사상가였음. '2세대' 사회민주주의 정치가로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그는 1930년대 초부터 1951년까지 사회부 장관을 역임하며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 국가 건설의 초석을 다졌음.
‖ 로셀리와 마찬가지로 묄러는 극단적인 혁명적 계급 정치의 폐해에 경악했는데, 그에게 있어 그 대표적인 예는 핀란드 내전이었음. 핀란드 내전의 사망률은 1936~1939년 스페인 내전과 맞먹을 정도로 높았음. 그는 핀란드 사회민주당 지도자들을 만나 적군(red side)의 폭력과 만행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이는 적군이 부르주아 반동에 맞설 '도덕적 힘'이 부족하다고 주장했음. 그러나 그의 대화 상대들은 중재 제안을 거부하고 계급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결국 참담한 패배로 끝났음.
‖ 묄러는 당시 이탈리아의 계급 갈등에서 로셀리와 같은 결론을 내렸음. 즉, 사회주의 운동은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서 한 치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음. 그는 또한 사회주의 전략이 오로지 노동계급에만 기반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지었으며, 사회주의 진영은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1930년대 농민, 그리고 이후 중산층과 협력했던 것처럼 더 폭넓은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음.
‖ 묄러는 또한 공산주의자들이 사회주의를 생산의 국유화로 보는 관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음. 1920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스칸디나비아 노동자 대회에서 한 유명한 연설에서 그는 국가와 민간 기업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음. "우리의 계획을 실현하려고 할 때 관료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공무원들이 정부 기관에 앉아 생산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국가를 만드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는 다른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 그의 핵심 아이디어는 생산이 자율적이고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며, 이사회에는 직원뿐 아니라 소비자 및 더 넓은 사회적 이익의 대표자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음. 생산 개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중앙 계획 기관이 아닌 ' 기업 자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음.
‖ 묄러의 정치 경력은 로셀리보다 훨씬 길었고 그의 당은 집권당이었지만, 경제 불황과 전쟁으로 인해 자율적인 기업에 기반한 사회주의라는 그의 비전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음. 1946년 사회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젊은 세대들이 승리했는데, 이들은 사회주의 대신 강력한 복지 국가를 추구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묄러의 중앙 정부와 국가 권력 행사에 대한 자유주의적 회의주의는 확고했음. 건강보험 제도는 지방의 건강보험기금이 관리하고, 실업보험은 노동조합 실업 기금이 관리하도록 했던 그의 정책도 이러한 생각에 기초했음. 또 1930년대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할 때에도 묄러는 전국상공회의소보다는 지역 기업 협회에 그 권한을 맡겼음. 이처럼 강력한 관료적 국가 권력의 개입을 피하려는 그의 사례는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음.
‖ 미국의 경제학자 David Ellerman이 지적했듯이, 마르크스주의와 자본주의는 모두 자본 소유가 시장 경제에서 생산력을 부여한다는 잘못된 생각에 기반하고 있음. 자본은 노동을 고용하고 자본 소유자는 기업을 지배함. 그러나 시장 경제에서는 노동자들이 회사에 필요한 자본을 빌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생산에 대한 권력은 그들에게 넘어감. 따라서 기업 내 권력 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자본 소유 그 자체가 아니라 자본과 노동 사이의 '임대' 계약, 즉 누가 누구를 고용하는지 또는 무엇을 고용하는지에 달려 있음. 이러한 계약론적 권력 이론은 좌파와 우파 모두가 권력과 자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것임.
‖ 100년이 넘는 사회주의 사상이 ‘생산수단’의 소유자가 ‘생산관계’에서 지배권을 가진다는 개념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임. 국유화, 중앙 계획 경제, 그리고 스웨덴의 (실패한) ‘임금 노동자 기금’ 프로젝트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이 원칙, 즉 개인 재벌이든 금융기관이든 중앙 계획자든 노동조합 지도자든 그 누구도 자본 소유자에게 생산 과정의 지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원칙에 도전하지 않았음.
‖ 자유민주주의 이론가 중 가장 존경받는 두 인물인 Robert Dahl과 John Rawls는 로셀리나 묄러와 유사한 입장을 취했음. 롤스는 말년 저작에서 '복지 자본주의'가 사회정의 사상과 양립 가능하다는 이전의 생각이 더 이상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음. 대신 그는 '자유사회주의’나 '재산 소유 민주주의'를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음. 달은 1989년 저서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에서 자유주의자들이 노동에서도 민주주의를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음.
‖ 직원들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기업을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사례에 대한 연구는 지난 40년간 지속되어 왔음. 이러한 기업들은 재정적으로 매우 성공적이며,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직원 만족도 또한 높음. 또한, 자본 수익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배분함하거나 더 높은 연금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응하는 효과도 있음.
‖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기업들은 사회민주주의 국가인 스웨덴보다 '초자본주의' 국가인 미국과 보수적인 영국에서 훨씬 더 흔함. 이는 직원들이 재단을 통해 회사의 미래 이익을 재정적 담보로 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 때문임. 즉, 종업원 주식 소유 프로그램 (ESOP)은 직원들이 회사를 인수할 때 자신의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도록 함. 미국과 영국에서는 유리한 세제 혜택과 정부 대출 기회 덕분에 이러한 과정이 더욱 수월해짐.
‖ 흥미롭게도, 이러한 근로자 소유를 통한 경제 민주주의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지지를 받고 있음. 현재 미국에서는 약 1천만 명의 근로자가 이러한 형태의 기업 7,000곳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중 4,000곳 이상이 ESOP(종업원 주식 소유 제도) 기금을 통해 대주주가 된 기업임. 영국에서도 2014년에 유사한 정책이 도입되어 현재 50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약 1,700개의 EOB(근로자 소유 기업)에서 일하고 있음. 이러한 유형의 '자유사회주의'는 특히 첨단 기술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기업에서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 소유주가 제공한 자본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역량, 창의성, 그리고 헌신이기 때문임.
‖ 민주주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정치적으로 볼 때, 자유사회주의는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지하게 고려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유주의와 차이가 있음. 사회주의적 성향을 띤 자유주의였다면 지난 40년간의 재앙적인 신자유주의적 행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임.
‖ 하지만 사회주의는 사회민주주의와 달리, 노동자가 기업을 경영할 권리로서의 사회주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 만약 1세기 전 사회주의 운동 전체가 이러한 점을 인식했더라면, 레닌이 열렬히 옹호했던 '1인 경영'과 미국의 '과학적 관리' 옹호자 Frederick Taylor식의 '1인 경영'으로 사회주의가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임.
‖ 자유사회주의는 모순어법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오랫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어 온 양쪽 모두에게 해를 끼쳤던 두 가지 위대한 계몽주의 정치 사조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줌. 로셀리가 주장했듯이, 사회주의는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자유의 이념을 논리적 극한까지 밀어붙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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