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민의힘의 메가서울론은 덜 익어 떫은 감이자 선거용 애드벌룬이다
국민의힘이 갑자기 김포의 서울 편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 비판이 일자 곧바로 ‘수도권 주민편익개선 특별위원회(수도권특위)’를 출범시키고 구리, 하남, 고양, 광명 등 서울의 초근접 도시들도 서울로 편입해 메가서울을 만들겠다고 했다. 서울이 이미 메가시티고 수도권이 포화상태인데 뜬금없이 메가서울론을 들고 나온 시대역행당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제는 ‘뉴시티프로젝트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서울이 기폭제가 되어 서울·부산·광주 '3축 메가시티'를 만들고, 이 축에 대전과 대구를 이어 '초광역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며 국민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계속해서 주장이 바뀌는 것을 보면 아직 덜 익어 떫은 감을 잘 익은 달콤한 홍시라고 포장해 내놓은 선거용 애드벌룬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뉴시티프로젝트’라는 이름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부동산 광풍을 만들어내며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에 서울 48개 선거구 중 40석을 안겨주었던 ‘뉴타운’ 사업의 시즌2라는 의심을 사게 한다.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얻은 40석 중 뉴타운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사람이 23명이었고, 서울에서 80% 넘게 의석을 차지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낮은 지지율 고착화, 갈수록 커지는 국정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 국민의힘의 내분과 민주당과의 적대 정치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겹치며 대다수 사람들은 2024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서울과 경기권을 중심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정치적 경험과 경로의존성은 참으로 무서운 법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선택한 결정적 카드이자 게임체인저가 바로 지금 스스로도 이랬다 저랬다 헷갈리고 있는 ‘메가서울론’인지 묻고 싶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가서울론을 포함한 메가시티 전략에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록 국민의힘이 선거 전략으로 메가서울론을 성급하게 내던지고 국민의 여론을 살펴보는 미끼처럼 취급한다 하더라도, 메가시티론에 대해서는 매우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60여 년에 걸쳐 형성된 수도권 중심 국가의 모습으로는 지속가능한 한국을 만들어낼 수 없고,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토균형발전이나 지방균형발전 정책이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또한 국민의힘이 촉발한 ‘메가서울’ 논쟁을 넘어 한국의 미래를 구상하고 재설계할 수 있는 국토 이용 계획이나 균형발전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2020년에 출판된 국토연구원의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 연계 발전 방향> 연구보고서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단일 대도시 성장 모델을 벗어나 연계를 기반으로 하는 다핵화된 광역공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복수의 도시와 지역들이 서로 연결되어 외연적 확장과 인구 증가를 추구하는 거대 도시이자 생활 및 경제권역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메가시티, 세계도시, 메가시티리전, 슈퍼리전, 메가리전, 다중심도시지역 등의 다양한 용어들이 정책 개념으로 등장했다. 세계경제가 거대 도시권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가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2019년에 수도권 인구가 50%를 돌파했다. 1960년 전체 인구 2,500만 명에서 2019년 말 5,200만 명으로 늘었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2020년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국토 면적의 약 12%를 차지하는 수도권 지역에 전 국민의 50% 이상이 모여 산다. 우리 국토가 작다고 말하면서 국토를 균형있게 활용하지 못하고 수도권에 집중되어 사니 국토가 더욱더 작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제 지역소멸 문제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문제로 부상했다. 호남권은 1970년대부터 가장 빠르게 인구가 감소했고, 영남권은 2017년부터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중부권이나 수도권도 2033년을 넘어가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즉, 지역소멸은 전 국토의 모든 지역과 도시의 공통 문제다.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가 수도권 과밀이니 수도권 집중 및 포화 문제를 걱정하고 있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걱정이 정반대 방향으로 전환된다.
인구 재생산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이 쇠퇴하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초고령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초저출생으로 아기의 울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지만 수도권의 일자리도 줄어든다.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일자리는 줄어들거나 단기 알바에 가까운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가면 일자리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서 수도권을 떠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지방으로 이동하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지방의 대학이나 교육기관들이 문을 닫을 것이고, 청년들이 없는 지역에서 문화가 꽃피울 수 없는 일이다. 동네가 사라지고 이웃이 떠나는 도시에서 미래를 꿈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국민은 총체적인 ‘복합위기’ 앞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과 국가의 지속가능성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엉성하게 제시한 메가시티니 메가서울이니 하는 문제들이 선거용 애드벌룬으로 보일지라도 여기에 담긴 문제의식까지는 부정하지 말고 함께 연구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미 많은 연구들이 진행됐다. 2022년에는 국토연구원에서 “균형발전의 현실적 대안 : 메가시티 리전(mega city region)”을 발표했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2022년 11월에 “초광역권과 메가시티가 아시아에서 가지는 의미”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정부도 2022년 10월 14일에 ‘초광역협력 지원전략’을 발표하면서 ‘초광역권’을 추가하여 국가균형발전법과 국토기본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균형발전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며 “중앙 주도의 분산형 균형발전”에서 “지방 주도의 분권형 균형발전”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초광역 지역연합 구축’과 ‘지자체 간 협력 강화’ 전략을 명시하고 있다. 또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면서 “지자체의 초광역권발전계획‘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즉, 현재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메가시티나 초광역권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윤석열 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것보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메가시티(리전)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모아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행도 지난 20년 동안 160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전개된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실패했다고 발표하며,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메가시티권역화 정책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론도 이와 같은 정책 전환과 관련된 기사들을 연일 내보내고 있다. 그만큼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 그룹도 지방소멸을 극복하려면 ‘메기시티’ 혹은 ‘메가시티리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생활권과 경제권을 공유하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초광역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광주 전남 등의 분리된 지자체들이 다시 연합체를 구성하여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도로나 철도 등 핵심 SOC 구축에 들어가는 중복투자를 줄이거나 토지의 공유를 통해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규모의 도시, 규모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상호 연계와 협력에 기초한 메가시티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방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더 그레이트 런던 The Great London’, 일본의 ‘도쿄도’, 프랑스의 ‘그랑 파리 Grande Paris’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으니 성공 사례든 실패 사례든 참조할 수 있는 대상도 충분하다.
4. 그래서 정부와 국회에 제안한다
첫째, 메가시티 전략이든 지방균형발전 전략이든 도시의 규모나 연계성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메시시티형 지역발전 전략의 핵심은 결국 기업과 첨단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풍부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메가시티 전략은 미래 첨단산업 육성과 풍부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과 맞물려 구상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메가시티 정책과 첨단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정책을 연계해 재구상하는 작업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가리지 않고 여러 정당들이 당리당략을 떠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국민의힘은 설익은 밥을 차려놓고 논쟁을 키우지 말고 우선 경기도 인접도시들의 서울 편입론을 철회하기 바란다. 지금처럼 이 도시 저 도시 이름 불러가며 서울특별시민 되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서울시론, 경기도론 더 나아가 국론을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이 자신의 문제의식과 진정성을 평가받고 싶다면 메가서울론을 철회하고 오세훈 시장이 얘기하듯이 ’긴 호흡‘으로 함께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준비를 하자. 그렇다고 서울의 미래전략을 포기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서울의 미래전략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압축성장을 주도해 온 20세기형 서울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최고의 글로벌도시로 발전하는 21세기형 서울 도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서울 땅 넓히고 서울 인구 늘리기라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서울을 미래 한국의 중심이자 세계적인 중심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나갈 것을 제안한다. 단지 규모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과 서울시 내부의 지역별 계층별 불평등, 빈곤과 차별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차원에서 ”세계적인 중심 도시“라는 무게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경기도 또한 경기 북부지역의 미래를 위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분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서울 경기 인천에 걸쳐 수도권 미래 전략을 함께 구상하고 연구하며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다. 100년 이상을 내다보며 함께 합의해내야 하는 국가전략이다.
셋째,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은 ”미래 한국의 국토이용계획 및 지역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한 메가시티(리전) 발전 전략“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이의 결과(복수안)를 바탕으로 2024년 4월 총선 이후 구성되는 22대 국회에서 국민적 합의 하에 입법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미래를 탐색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쟁의 대상이 되거나 당리당략의 차원에서 굴절되고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즉흥적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엉성하고 덜 익은 메가서울론을 지양하고 온 국민이 동의하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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