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한다는 것
문성훈 교수는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라는 책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위기’를 말한다. 경제적 불평등과 민주주의의 파괴, 포스트 민주주의. 노동계급의 해체,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계급 정당의 쇠락, 기업의 권력화, 자기 자신의 이익이나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정치계급의 득세, 정치계급과 기업권력의 결탁, 선거 전문가들의 전략적 계산과 선거전문가들의 프래임에 갇혀 수동적인 투표 행위자로 전락한 시민 그리고 공공기관의 민영화와 정치적 대표성의 위기가 그에게 중대한 위기로 인식된다.
그래서 그는 전환의 길을 만들자고 말한다. 협력적 민주주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당제든 양당제든 대표성의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사회 자체가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대표체제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질수록 서로 다른 이해관계는 정치세력의 분열과 다양화로 이어지고, 선거를 통해 어떤 세력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더라도 특정한 세력만을 대변할 수 밖에 없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들의 갈등과 충돌이 지배하는데 이를 정당이나 정치적 대표체제가 조정하거나 해결할 수 없으니 사회 자체를 협력에 기반한 사회로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 경제, 사회, 언론 등 모든 영역을 협력 기반 민주주의 모델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민주적 공론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고 인권 보장, 노동권 보장,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회 제공, 지역사회 활성화, 공동체 복원, 환경의 지속가능성 보전, 경제적 결정에 있어서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가 실현되는 사회적 경제 영역을 구축하자고 제안한다. 또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생산양식의 공존. 각기 자신의 장점을 실현하고 단점을 지양할 수 있도록 서로를 견제하는 경제 질서,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며 비효율성의 문제를 경감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생산양식의 공존체제를 만들자고 이야기한다.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현재의 경제 규칙을 새로운 경제 규칙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현재의 규칙은 시장지배력을 키우고 경쟁은 줄인다. 노동자를 쥐어짜고 부자에게 감세를 선물하며, 완전 고용을 지향하는 통화정책은 사라진다. 노동자의 발언권이 억압되고 근로 기준을 추락시킨다. 그래서 새로운 규칙을 쓰기로 한다. 최상위층의 과도한 힘을 억제하고 시장에 경쟁이 작동하도록 만든다. 금융 권력을 통제하고 금융 부문을 교정한다. 장기적인 기업 성장의 동기를 유발하고, 세금과 지출 시스템의 균형을 복원한다. 완전 고용을 목표로 정하고, 노동자에게 힘을 실어준다. 경제적 안전과 기회를 확대하며,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과 처지 향상의 기회를 확대한다.
문성훈과 스티글리츠는 ‘무엇을 이제 중단하고, 무엇을 새로 만들자’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정치도 그러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드러내고 있는 중대한 문제들을 문제로 인식하고 이 문제들을 중단시킬 것을 결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 세계를 더욱 자유롭고 안전하며 평화롭고 평등한 세계로 만들기 위해 새로 무엇인가를 만들자고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는 너무 협소하고 생산적이지 않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체제의 장기 착근으로 인해 무엇을 중단하고 무엇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사고하고 토론하며 실천하는 정치가 거의 사라졌다. 선거가 정치를 사라지게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늘 그대로 반복된다. 정치의 실패다. 그래서 정치한다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