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뛰어난 기자가 될 수 있을까?
로봇 기자, 로봇 저널리즘의 확산
‘로봇’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자들이 늘고 있다. 언론 기사를 읽다 보면 사람 기자가 작성한 것인지 아니면 로봇 기자가 작성한 기사인지 가려내기 힘들다. 심지어 사람 기자보다 기사를 더 잘 쓴다고 평가받는 로봇 기자도 많다.
로봇이 작성하는 기사라는 표현으로 인해 마치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들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LA타임즈, AP통신, 야후, 가디언 등 해외의 유명 언론사들은 날씨, 기업 실적, 지진이나 재난, 스포츠, 금융과 같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신속한 보도가 필요한 부분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한 ‘로봇 저널리즘’ 혹은 ‘알고리즘 저널리즘’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 Automated Insights>는 초당 9.5개꼴로 한 해에 3억 개가 넘는 기사를 생산하는 엄청난 속도 저널리즘을 선보였고, 영국의 가디언은 주간신문 하나를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으로 전면 생산하는 작업을 시작한지 오래다. 가디언 뉴스사이트에 길게 달린 댓글이나 SNS 기사들을 선별해서 자동 편집한 후 24면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인쇄한 주간신문을 제작한다. 여기에는 인간 기자나 데스크가 없으며 사전 게이트키핑도 없다.
로봇 저널리즘은 인간 기자들을 보조해 기사에 필요한 관련 정보들의 수집, 사실 확인, 녹취 자료의 문서화, 관련 도표나 이미지 만들기와 같은 작업을 맡았던 단계를 넘어 수집된 데이터나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스스로 기사를 생성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로봇 저널리즘은 인간 기자들이 해왔던 수많은 업무들을 대신할 것이며, 특히 단순 사건보도나 기업 실적 발표, 주식시장 보도나 스포츠 보도, 기사의 단순 업데이트 같은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일반인이나 현직 기자들 모두 인간 기자와 로봇 기자의 기사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조사결과가 많다. 기사를 쓴 주인공이 인간 기자인지 로봇 기자인지를 구분하는 테스트에서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 물론 소수의 기사를 가지고 실험해 본 결과이지만 상당히 많은 유형의 기사는 작성 주체를 구분할 수 없는 것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일반인 600명, 기자 164명을 대상으로 기사를 보여주고 독이성, 명확성, 정보성, 신뢰성, 전문성 등을 평가하게 했을 때 놀랍게도 로봇이 쓴 기사에 대해 더 높은 평가를 내렸던 조사결과도 있었다. 일반인은 그렇다 쳐도 인간 기자들까지 로봇 기자들의 기사를 더 높게 평가하는 형국이다.
로봇은 뛰어난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10년 정도 후 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는 사망 선고를 받은 직업 기자들은 앞으로 풀리처상을 받는 로봇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조만간 로봇 기자들은 전체 뉴스의 90% 이상을 생산하게 될 수도 있다. 미래학자들은 저널리즘 영역에서 인간이 차지할 수 있는 비율을 10% 내외로 예측하고 있다. 로봇 기자는 사실 확인, 스트레이트 기사, 데이터 중심 보고 기사, 대중의 취향이나 선호도에 부응하는 맞춤형 기사나 수 없이 떠도는 어뷰징 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기자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제 인간이 생산하는 대부분의 기사들을 로봇이 더 잘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또 언론 기업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인간 기자들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 기자들의 활용이 가져 올 비용 절감은 언론사주에게 대단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로봇이 진정 뛰어난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은 부정적인 답변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진정 뛰어난 저널리스트’가 누구이며, 왜 진정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저널리스트는 다양한 형식과 도구를 빌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때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소설을 쓰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정보를 조작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기록물을 만든다는 의미도 아니다. 저널리스트들은 사건과 대상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 감정과 의식, 관념과 판단력에 기초해 이야기를 만든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작성된다 해도 로봇 기자의 이야기는 인간 기자의 이야기를 뛰어 넘을 수 없다. 또 저널리스트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고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정교하게 조직해 재빨리 확산시키는 기계적인 복제나 덧붙이기 행위자가 아니다. 저널리스트는 자신의 이야기(기사, 칼럼, 논평 등)가 왜 특정한 형태로 구성되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할 수 있는 존재이다. 저널리스트는 어떠한 압력들에 직면해 자신의 이야기가 여러 형태로 변형되는지를 인식하는 주체이다.
저널리스트는 자신의 이야기가 의도하는 것을 판단하고 영향력을 가늠한다. 저널리스트는 해석과 비판,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적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저널리스트는 사건의 현장에서 수많은 대상들을 조우하며 이로부터 연결되는 단서들을 발견하며 사건의 맥락과 배경을 파헤쳐간다. 저널리스트는 기사를 쓸 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고유한 방식과 스타일, 특정한 대상에 투사하는 감정과 의견 등을 복합적으로 구성해가는 ‘창의적’ 행위자이다. 로봇 기자, 로봇 저널리즘은 사물과 대상, 사건과 세계 앞에 자신을 마주 세울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 “로봇은 뛰어난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아직은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저널리즘 영역에서 인간 기자들이 더 줄어들 것이고, 대신 로봇 기자들이 더 많이 출현할 것이며 인간 기자들은 이들과 경쟁하거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 그런데 말이다. 사람 저널리스트가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기다리는 뛰어난 저널리스트는 어떤 사람이고,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