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박정희의 길을 선택했다-보수우파 대통령에게 가장 확실한 모델 ‘박정희’
11월 26일자 서울경제의 기사 “언론·야당은 물론 여당도 질타···尹의 정치 시작됐다”를 자세히 읽고 또 읽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과 행보를 가장 잘 해석하고 정리한 기사 중 하나로 평가하고 싶다. 기사를 읽고 난 후 내린 결론은 ‘윤석열은 박정희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첨단기술과 제조업에 기반해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을 롤모델로 여기는 국가들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럽과 미국, 중국은 미래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싸우고 이겨야 할 대상이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글로벌 시장”,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춘다”와 같은 수사(修辭)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민주당과의 대화 정치 포기, 노동계와 파업행위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과 억압, 갈 길은 먼데 시답잖은 이슈들로 딴지를 건다고 생각하는 언론에 대한 반감과 감정적 대응이 잇따른다. 또 비리와 부패 투성이라고 간주하는 기존 정치인, 맨날 입씨름이나 하면서 기업규제 완화 법안들을 깔아뭉개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회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이같은 적폐들을 싸잡아 비난할 수 있는 자신의 사상적 좌표인 자유민주주의 담론 등이 윤석열 정치를 구성하고 있다.
박정희에게는 18년이라는 집권 기간이라도 있었는데, 자신에게는 5년 밖에 없다는 생각도 그의 마음을 바쁘게 만든다. 거대 야당 민주당이 백기 들고 손발 맞춰주면 좋겠는데 정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는 야당 대표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아예 무시하고 가는 것이 낫다. “무식하다, 바보다, 김건희 치마폭에 묻혀 산다, 그의 와이프는 쥴리다, 무속의 세계 속에 거주한다”와 같은 인격모독을 당하면서 대선을 치렀으니 그리 쉽게 분이 풀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자존심의 지존 윤석열은 갈고 닦은 칼잡이 검사 실력을 자신의 통치술로 재단련하는 수 밖에 없다.
윤석열은 2024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민주당을 소수 야당으로 밀어내고 보수우파정당을 내세워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박정희의 길을 완성하고 싶어할 것이다. 윤석열은 한동훈이 보수우파정당의 총선 승리를 이끄는 적격자이고 자신의 뒤를 잇는 대통령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정희가 입에 달고 살았듯이 윤석열의 ‘법치’ ‘공정’ ‘정의’라는 말은 야당, 언론, 노동, 교육, 시민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길을 막는 것이라고 판단되면 어떤 식으로든 비난하고 억압하는데 쓰일 칼이 될 것이다.
시대 상황이 박정희를 도왔다면(또 박정희 체제를 가능하게 했다면), 지금의 시대 상황 또한 윤석열에게 유리하다. 자본주의 경제 위기는 늘 보수우파의 손을 들어준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낳는 원인들은 크게 다르지 않는데, 결국 처방은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성장론으로 귀결된다. 70년대의 경제위기 물결 속에서 유럽의 좌파들이 우파의 손을 들어주고 신자유주의 체제에 동참하며 정치적 생명을 연장했고, 2010년대 경제위기 속에서 트럼프는 다시 위대한 미국을 외치며 미국식 국가자본주의 전략을 선보이기도 했다. 민주주의는 모르겠고 돈 많이 버는 기업! 그 돈으로 쇠락해가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넘보며 국경을 넘는 자들에게는 철퇴를! 복지위기나 불평등 심화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 일단 시장을 먹자! 트럼피즘은 승리했고 미국은 여전히 트럼피즘 안에 있다.
미디어와 학술적 담론들 또한 보수우파의 시각과 요구들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공공부문의 민영화, 기업규제 완화와 해체, 국가의 기업 및 금융 지원 확대, 반 노동 담론들의 분출, 대기업 중심 축적체계 강화, 권위주의 통치체계의 심화와 같은 일들이 윤석열을 위해 준비될 것이다. 국민들 또한 경제적 고통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보수우파 정당의 손을 들어주는 선택에 익숙하다. 지금 우리에게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국가주의와 사회적 공동체주의(우리는 결국 서로를 돌보는 한 몸이라고 생각하는)에 익숙한 착한 우리는 위기를 생산하는 자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묘책이 있을 것이고 믿는데 익숙하다. 게다가 윤석열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집단들에게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 MBC가 외치는 언론탄압이나 언론자유니 하는 말들은 자신들의 실책과 오류를 은폐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상한 유투버들이나 키보드 워리어들의 확인되지 않는 정보들에 휩싸여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도와주고 있으니 박정희의 길을 선택한 윤석열에게 해피한 상황 아닌가. 민주 대 반민주, 민주당 대 국힘, 이재명 대 윤석열, 노동 대 반노동과 같은 오래된 프래임에서 빠져 나오지 않고, 지금의 정치경제사회적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모아내지 못한다면(지금처럼 무조건 상대를 비방하고 모욕하고 적대시하며 죽일 듯이 달려든다면) 지지율 30%을 간신히 넘어서는 대통령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윤석열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