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뒤를 이은 초대형 경제위기, 그리고 진보보수합작정치
UN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 레베카 그린스펀이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해 한마디 했습니다. 그녀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는 금리인상과 통화 및 재정 정책이 개발도상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경제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지금의 경제위기로 인해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나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충격보다 훨씬 더 큰 손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식량과 에너지를 넘어 다른 부문까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공급 통제,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세 차례에 걸친 ‘자이언트 스텝’과 각 국가들의 연쇄 금리인상, 재정 지출 삭감, 달러 가치 상승과 환율 급등, 주식시장 폭락 등의 초대형 경제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바로 돈 없는 국가와 대다수 시민들입니다.
퍼펙트 스톰 앞에서 기업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상품 가격을 올려 이윤을 확보하려고 하니 물가는 더욱 상승합니다. 물가는 뛰고 임금은 묶고 일자리는 줄이려고 하니 우리는 당장 생계비 걱정부터 해야 합니다.
퍼펙트 스톰 앞에서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금리를 인상하고 집 한 채 장만하겠다고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받아 집 산 사람들의 목을 조이고 있습니다. 경기가 침체하고 기업의 이윤율이 낮아지는 틈을 타 임금을 억제하고 노동을 억압하려고 합니다. 노동을 억압하는데 저성장 경기침체와 지금의 퍼펙트 스톰 국면은 참으로 효과적인 무기로 작동합니다. 윤석열 정부도 드러내놓고 임금인상 요구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못을 박고 다닙니다. 이때다 싶어 공공부문 인력 감축안도 재빨리 발표했습니다. 경제 불평등이 심각한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더 많은 대출로 연명해왔던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이자를 더 내거나 파산하라는 메시지만 증폭되고 있습니다.
물가는 뛰고 임금은 억제되고 실업자는 늘어나고 채무 독촉은 심해지고 복지 재정은 삭감되고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무너지게 됩니다. 가난한 국가들에서 이런 사태가 더욱 광범위하고 치명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대다수 시민들의 삶은 파탄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린스펀은 지금까지의 경제 정책으로 실패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의 문으로 들어섰다고 말하며, 이제 경제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는지 모릅니다. 그린스펀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진짜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초저금리 시기 동안 쏟아져 나온 돈이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 급격하게 시도하고 있는 금리인상이 왜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린스펀은 임금인상을 늦추지 말라고 말합니다. 기업이 계속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용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고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경제와 사회 기반 시설에 더 많은 공공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독과점 기업 중심의 시장질서가 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조세를 감면하지 말고 횡재세와 같은 세금을 늘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세를 회피하는 기업이나 고소득자를 단속하고 세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기업과 시민들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초대형 경제위기가 더 심각한 상태로 접어드는데, 우리의 정치는 윤석열-국힘 대 이재명-민주당의 무한반복 대립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폭로와 말싸움만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기 진영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과잉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젠 진보보수합작정치가 필요합니다. 공통의 의제들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서로 제시하고 토론하며 합의에 이르는 합작정치가 필요합니다. 한꺼번에 모든 것에 대한 합의점이 나올 수 없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콘센서스를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가는 정치를 실험해야 하고, 또 정착시켜야 합니다. 각자 가진 35%~40%의 정치 지분을 척결과 배제의 정치에 투입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합의의 정치 자원으로 변환시켜야 합니다. 둘이 모여 70%~80%의 시민들이 공동으로 채택할 수 있는 방안들을 생산해내는 정치 말고 다른 선택지는 더 이상 없습니다. 합작정치를 위해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에서 누군가가 한걸음씩 서로를 향해 걸어 나와야 합니다. 한 명이 열 명이 되고, 10명이 100명이 되는 정치적 시간과 공간을 창조해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