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바우처 제도는 언론을 개혁할 수 있을까?
정부와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랫동안 언론개혁을 주장했지만 언론계의 변화는 거의 없다. 무질서한 언론시장, 소수 주류언론사들의 여론독과점, 언론 진실성의 추락, 언론과 특정 정치집단과의 유착관계, 거대 광고주들에 대한 종속성, 클릭유도형 가십기사들의 범람, 사이비언론사들의 증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등 언론개혁의 시작과 끝이 어디일지 답답하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4년 넘게 수많은 언론개혁론이 등장했고, 집권여당의 정치인들이 언론개혁법안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머릿속에는 ‘가짜뉴스처벌’ 정도가 언론개혁을 대표하는 화두로 남아 있을 뿐, 도대체 언론개혁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을까를 놓고 숨박꼭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바우처 제도에 대한 관심과 입법 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필자 또한 언론개혁은 결국 권력이나 정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던 터이고, 경기도에서부터 ‘언론주권자배당제도’ 도입을 계속 주장해왔다. ‘언론주권자배당제도’는 경기도가 매년 18세 이상의 경기도민에게 언론을 후원할 수 있도록 일정 정도의 배당금을 지급하여, 이 배당금으로 경기도 지역언론사들이 생산하는 질높은 기사들을 후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필자는 단순 동정 기사 등을 제외하고 심층취재기사나 기획기사, 지역의 주요 문제들에 대한 탐사기사에 한정해 후원하고, 언론주권자배당제도를 위한 독립적인 기관 설립과 배당을 위한 언론플랫폼 구축도 함께 제안했다. 이를 통해 권력이나 정치가 언론개혁에 직접 개입할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 시민들이 언론의 감시자이자 촉진자가 될 수 있다. 즉 언론이 자기 지역 주민들과 더욱 밀접한 관계 속에 위치하게 됨으로써 홍보비를 집행하는 지자체나 주요 광고주에 대한 종속성을 완화할 수 있다.
나는 경기도의회에서 ‘언론주권자배당제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경기도 집행부가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방법론에 있어서 확신이 없고 재원 마련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또 제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실제 운영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나타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집행부가 부담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에 그간 집행부와 언론 사이에 자리잡은 언론홍보비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경우 자신이 가진 기득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서인지 집행부와 언론사 양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 상황에서 국회에서 발의된 일명 ‘미디어바우처법’('국민참여에 의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기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미디어바우처법’은 ‘언론주권자배당제도’와 달리 시민들이 좋은 기사를 직접 후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1년 기준 2500억원 규모의 정부 광고비를 어느 언론사에 얼마 정도를 지급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일종의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유가부수 조작 사건 이후 ABC협회를 믿을 수 없으니 시민들에게 2500억원 규모의 미디어바우처를 지급해 좋은 기사에는 플러스 바우처, 싫어하는 기사에는 마이너스 바우처를 사용한 후 총합 기준으로 정부 광고비를 집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미디어바우처법은 정부 광고비 집행 기준을 시민들의 손에 쥐어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1조원 대에 달하는 방송광고 집행 기준으로도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러한 방식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정부 광고의 집행은 정부정책 홍보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정부가 명확한 기준에 따라 하면 되는 것이지 시민들에게 집행액을 결정해 달라는 식으로 떠맡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미디어바우처 제도는 시민으로 하여금 언론을 감시하고 좋은 기사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후원함으로써 언론과 여론의 다양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기사들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들이 정부 광고비의 분배 기준을 설정하는데 동원되는 모습처럼 보이는 ‘미디어바우처법’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손에 의해 신뢰받는 언론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재정적 후원 모델과는 상당히 다르다. 지금 우리 언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 광고비를 누가 얼마나 더 가져갈지를 결정하는 광고매체로서의 영향력 판단을 위한 미디어바우처가 아니라 시민들에 의한 고품질 고신뢰 언론사의 성장을 위한 독자적인 재원확보가 주목적이 되는 미디어바우처 제도이다. 본질을 놓치면 언론개혁을 위한 시도가 언론계의 싸움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