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que

공공부문 정규직화만 말해서는 안된다

NPS 2021. 1. 28. 14:47

이영주(경기도의원/전환과 미래 연구소장)

 

입시 앞으로 앞으로! 취직 앞으로 앞으로! 서른 살 정도까지 우리 청춘들의 삶은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유, 낭만, 자기 탐색, 인문정신, 연애, 결혼, 사회 참여.....그딴 것 개나 주라 해라. 대학은 이미 죽어 있고,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취직 시험 아니면 대기업 취직 준비를 위한 독서실이다. ? 여기가 그나마 이 불평등한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니까.

 

어느 나라, 어느 집안,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느냐는 그야말로 재수다. 내가 잘나거나 못나서도 아니고 제비뽑기를 잘하거나 못해서도 아니다. 그냥 재수다. 그런데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그 재수가 운명을 좌우한다. 재수 없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거의 유일하게 희망을 걸 수 있는 것. 공무원이 되거나 공기업이나 대기업 정규직이 되는 것.

 

그래도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 90년대부터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의 폭주 속에 재수 없는 인간들은 더 낮은 임금, 더 불안정한 일자리, 일자리도 아닌 일거리를 찾아 중에 되기 삶을 살아야 했다. 별로 하는 일 없어 보이는 정규직 고임금층을 보고 있으면 한숨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 쟤들은 나보다 더 일 안하고, 더 편한 일 하고, 휴가는 다 찾아먹고 온갖 복지 혜택은 다 누리는데, 같은 일을 더 오랫동안 더 많이 하는 나는 계약 해지가 두려워 이마저도 숨죽이며 버텨야 하나?” 우리 이런 상황 다 알고 있지 않나? 왜 모른 척 하지? 매일 수도 없이 이리 저리 살피고 닦고 보호하는 휴대폰 보다 못한 인생들이고, 집에 있는 반려동물 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노동자의 삶이라는 것 우리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20대 청춘들에게 가장 화나는 일은 뭐겠는가? 당연히 모든 것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더 좋은) 직장 잡아서 덜 불안한 삶을 만들어보는 것인데, 불공정한 구조와 온갖 편법, 특혜 속에서 이마저도 접어야 하는 것. 이건 어떤 논리를 갖다 대도 사람 열받게 만드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을 일부 20대들의 특권의식이니, 가짜뉴스의 영향이니 이런 엉뚱한 진단으로 접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이 정규직화를 반대해서도 아니고, 사돈 땅 사서 배 아파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정규직화의 이면에 가려진 공공부문 고임금 특권층은 어찌할 것이며, 정규직화가 야기할 수도 있는 취업문의 갑작스러운 축소 문제는 어찌할 것인지, 정규직과 온갖 형태의 비정규 노동 간 이중노동시장의 불평등과 특정 일자리로의 쏠림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청년들의 이야기들을 충분히 들어보라는 목소리일 것이다.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살아갈 사회와 노동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 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