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장님, 방통통신위원장님 부디 정신 차리소서!
EBS 사장님, 방통통신위원장님 부디 정신 차리소서!
교육이라는 단어가 수능 시험으로 환원되는 한국에서 교육방송 EBS도 수능시험 준비 채널 정도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비싼 돈 주고 학원가서 사교육받지 않고 EBS 보면서 수능 시험 준비 잘 하면 좋은 대학 갈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EBS가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게 가진 두 분이 계신다. 그래서 EBS가 쓸데없이 이런 저런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돈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그 두 분은 사장님과 방송통신위원장님이시다.
EBS 사장님은 수능 시험을 대학에서 출제하는 줄로 알고 계신 분이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동영상 강의 콘텐츠를 EBS에서 제공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로 포털사이트에 맡기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신 분이다. <지식채널e>로 EBS의 채널 인지도와 지지도를 확! 끌어올린 김진혁 PD를 수능교육 담당 부서 내 수학교육팀으로 과감하게 발령내린 분이다. <지식채널e>의 대중적 성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또 김진혁 PD가 제작 중이던 다큐멘터리는 한 순간에 급정지됐다. 제작이 중단된 EBS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은 해방 직후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후손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회의시간에 토 달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노조위원장에게는 ‘너’, ‘당신’ 식의 고함을 치는 사장님이시다.
방송통신위원장님이 사장님을 거들고 나섰다. EBS의 다큐멘터리에 지나친 예산투입을 지양하라는 깃발을 드신 것이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프로그램 보다 국민들이 EBS에 직접적으로 기대하는 부분 즉 수능교육에 제작비를 보다 많이 투입하라는 주문을 넣으셨다. 그리고 위원장님의 발언이 논란이 일자 밑에 계신 분들이 열심히 이런 저런 수치들을 제시해 가며 위원장님 발언 모시기에 나섰다.
사람들은 왜 EBS를 보는가? 물론 유아,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모든 연령에 걸쳐 실제 학습에 도움을 주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언어 학습 프로그램이나 돈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지 못한 가정의 자녀들이 수능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학습기회를 골고루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EBS의 공적 역할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만이 있어서 EBS를 보지 않는다. EBS에는 성인들이 보아도 놀랄 정도의 심각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케이블 만화전문 채널에서 볼 수 없는 수준높은 유아, 어린이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있다. 또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고 배우면 좋을 다양한 유형의 정보 콘텐츠가 있다. 자연, 역사, 문화, 여행 다큐멘터리들은 EBS 채널이 다른 어떤 채널보다 교육적이며 문화적인 채널임을 증명한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음악인들의 다양한 실험적 장르들을 접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교과학습을 넘어 우리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적인 영역을 넓혀주는 ‘진짜’ 교육 프로그램들이 많다.
EBS사장님 그리고 방송통신위원장님, 부디 EBS 프로그램들을 시청 좀 해보세요. 학습, 재미, 호기심, 교양, 지식, 문화, 나눔, 공감, 토론, 소통에 이르기까지 EBS는 우리 사회의 텔레비전 문화의 근거지입니다. KBS? MBC? SBS? 저 수많은 케이블과 위성 및 IPTV 채널들? 만약 텔레비전이 인간에게 어떤 좋은 매체일 수 있는가를 보고 생각하고 싶으시다면 EBS를 보세요. 물론 아쉽고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다른 어떤 채널보다 훌륭한 한국의 문화 자산 중 하나라고 확신합니다.
EBS 사장님 그리고 방송통신위원장님, 교육과 문화를 그리 협소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확실한 것은 지금 사장님과 방송통신위원장님의 생각과 발언은 반교육적이고 반문화적인 것이라는 점입니다. EBS는 가장 충실한 교육과 문화채널이며, 앞으로 그렇게 발전해 가야 합니다. 그 앞날에 자꾸 먹구름을 끼게 하는 생각은 좀 지양해 주시면 어떨지요? 그리고 지금 EBS는 EBS TV(지상파), EBS 플러스1 (수능), EBS 플러스2 (초등, 중학, 직업), EBS 영어교육채널을 보다 세분화하고 전문화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분화된 채널들을 통해서 사장님과 방송통신위원장님께서 그리 기대하시는 교과학습 콘텐츠들을 그야말로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있는 EBS의 다큐멘터리의 미래를 가로막는 일은 안하셨으면 합니다.
EBS만큼 저평가된 채널도 없다. 공영방송 수신료 중 단 3%만을 사용하는 EBS. 하지만 지금 저렇게 망가져있는 KBS와 MBC보다 더 뛰어난 채널로 발전해가고 있다. 우리 EBS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길에 동참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