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que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NPS 2016. 7. 18. 17:23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누가 돈을 옮겨갈까?

미디어 광고주 시장과 규모는 더 이상 커질 가능성이 없다.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농수축산 산업의 광고 시장? 제조업 광고 시장? 그나마 난리치는 광고시장이 있다면 대출, 의료, 약품, 교육, 서비스, 자영업? 그런데 미디어는 막 늘어나고 이들 간에 살벌한 광고 수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들 죽는다고 말한다. 지상파는 벌써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KBS는 수신료 인상으로, MBC나 SBS는 중간광고나 간접광고, 가상광고 등 온갖 형태의 광고 창출로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케이블 SO도 다들 죽겠다고 한다. 이제 지상파와 맞먹는 거대 MSO 2-3개를 제외하곤 케이블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돈 옮기기 전쟁의 패자들은 많은데 승자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포털이나 IPTV? 아님 OTT N스크린 미디어? 돈의 규모는 늘어나지 않고 돈을 움직여 놓는 전쟁판에 들어선 방송 플랫폼과 채널들. 전쟁터를 방관할 것인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조정할 것인가? 조정한다면 지상파 중심의 방송 정책을 펼 것인가? 아님 케이블 중심으로 갈 것인가? IPTV 중심으로 갈 것인가? N스크린 미디어 중심으로 갈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고민의 출발점은 바로 이 문제다.

방송 정책의 향방

디지털 시대 지상파 방송의 역할과 사회적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가? 20세기 근대적 국가체제를 형성하는 뉴스와 정보, 문화적 수로로서 소수 지상파 채널의 가부장적 역할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방송의 공익성이라는 것도 국가 체제적 입장에서 ‘국민’ 재생산을 위한 역할을 전제한 것이다. 또 87년 이후 시민들에게 공정한 보도, 정확한 사실 전달, 저렴한 대중오락의 소비, 다양한 프로그램 소비라는 측면에서 발전한 방송 규범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같은 공익성 이념 기반의 지상파 체제가 계속 필요하고 유효한가?
90년대 이후 방송 산업의 확장 이후 방송 정책이 지상파 보호주의인지 아니면 모든 방송 채널들의 시장 경쟁주의인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의 해당 부처부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지상파 보호주의 혹은 지상파 근간주의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상파를 보호하거나 근간으로 삼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지상파 보호주의를 채택하려면 지금의 방송 산업 구조를 전면 개편하거나 지상파에게 대부분의 혜택을 주고 유료 방송 사업자들에게는 매우 제한된 사업과 시장을 허용해야 하는데 시간을 과거로 돌리기는 것은 지금 불가능하다. 유료 방송 사업자들에게 지상파 재전송과 공익채널 재전송이나 해주고 지역 채널 하나 정도 운영하면서 나머지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특화된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거나 수급받아 전송해주는 역할, 그리고 인터넷이나 전화 등 부가서비스와 COD(Contents on Demand) 정도로 만족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만약 이렇게 되돌리려면 굉장히 폭력적인 과정을 통해 산업과 시장을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중간광고, 가상광고, 간접광고, 자막광고 등 광고 형식과 시간, 양을 늘리는 것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생명줄을 연장시키기? 그런데 이것이 어떤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이처럼 지상파 보호주의적 정책 프래임을 강력하게 주장하거나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렇다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중심? 이것 또한 이미 오래된 얘기가 되버린 느낌이다. 시청자들이 더 이상 가입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가입자 수가 격감하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있지 않은 이상 가입자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남아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만 남아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IPTV나 다양한 유형의 OTT N크스린 사업자? 아마 이같은 흐름을 인정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상파는?

이제 지상파 방송은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뭔가 다른 성격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구상해야 할 때이다. 반면, 콘텐츠 제작과 제공자로서 지상파 방송사는 여전히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종사자들의 오랜 경험, 제작 능력, 제작을 위한 높은 사회 자본, 제작진들의 높은 문화자본, 적절한 윤리와 규범의 작동을 통한 공공재로서의 사회적 위치 등이 다른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단시간 내에 쫓아가거나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지상파 방송사의 정치, 사회, 문화적 역할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적절한 자기 재생산의 자율성을 갖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철저하게 종속되어 엉망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지상파를 둘러싼 사회적 집단 간의 상호견제와 공동 운영의 토대가 있기 때문에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접어 버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 지상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질문은 여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해답을 외부에서 구하면 안 된다. 지상파 방송사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기들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을 해보자. 지상파 방송 플랫폼을 보다 전면화된 공공 플랫폼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과 방법이 있을까? 지상파 4사와 지역 네트워크, 지역민방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채널들을 재구조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전쟁터가 된 미디어 시장에서 공공 플랫폼으로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 시민들의 무한한 콘텐츠를 매개하고 공유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변환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또 잘 팔리고 상품성있는 콘텐츠 외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콘텐츠, 질높은 콘텐츠의 제작자이자 공급자로서 지상파 방송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방송 채널이나 미디어의 수가 많다고 방송 콘텐츠의 질이나 대중문화의 질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질적인 전화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한국의 방송 콘텐츠를 들여다보라. 정말 어처구니 없는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문화적 정수기가 필요하지 않나? 이는 사회적 고민이어야 한다. 넓고 깊고 정확하며 분석력있고 공정한 저널리즘, 다양한 교육과 교양, 예술과 문화, 오락, 지역, 여론의 공공지대가 필요한 것 아닌가? 이것이 바로 지금의 그 어떤 종편도, 유료방송도 할 수 없는 것이고 사람들도 이 사업자들에게 이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이를 위해 지상파 방송의 광고 재원을 늘려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이어진다. 특히 중간광고의 허용이나 광고 품목 규제 완화와 같은 방식으로 풀 것인가?
나는 이 방법에 반대한다. 정치적 선택이 필요하다. 즉, 돈을 쏟아 부어 잘 팔리는 방송 상품을 만들고 광고 수입이나 부가 서비스 사업 수익 등을 끌어올려서 살아남고 글로벌 시장에서 돈 많이 버는 사업자가 되라고 하는 산업론적인 선택을 할 것인지, 방송 채널 간 사회적 역할과 기능의 차이를 두고 거기에 맞는 수단들을 찾을 것인지 하는 것은 정치적 선택의 문제이다. 그런데 지상파도 고민하지 말고 그냥 미디어 선쟁터에 뛰어들어서 알아서 돈 벌고, 비대칭 규제같은 것 없애고 모든 방송 사업자들에게 공통되게 적용되는 규칙을 따르면서 자유롭게 시장행위를 하자고 말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지상파 내부에서 이러한 자유시장경쟁론을 주장한다면 매우 심각한 것이고, 또 시청자들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못한다.
시청자들은 넘쳐나는 광고를 참을 수 없어 할 정도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라디오, 텔레비전 등 모든 미디어 공간에 온갖 광고들이 날뛰는데 시청자들은 미칠 지경이다. 미디어 사업자들과 광고주들의 이익을 위해 지금의 미디어 광고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선택을 지상파가 나서서 한다는 것은 사회가 어떻게 되든, 우리들의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되든 우선 내 밥그릇을 키우고 보자는 심보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 사회는 광고의 필터링이 필요하고, 광고의 양을 줄여야 할 때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안 된다. 광고 공간과 시간, 양과 범위를 늘리자는 팽창주의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제작비 상승, 인건비 상승, 경영 비용 상승, 매출액이나 순익의 하락? 그러니 중간광고를 포함한 광고 규제를 풀자? “해외에는 중간 광고가 있기 때문에 우리 프로그램을 수출할 경우 프로그램을 재편집해야 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해외 콘텐츠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유통되고 있는 콘텐츠 상당수는 중간 광고를 삽입하지 않은 지상파 콘텐츠인데 케이블이나 위성, 인터넷TV(IPTV) 등 타 매체에서 동일 콘텐츠가 방송될 때는 흐름에 맞지 않는 중간 광고 삽입으로 시청권을 방해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제작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문제인지 얘기해 보자. 종편이나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중간광과 다 하는데 이것이 바로 비대칭 규제이고 특혜이니 지상파 방송사도 해야겠다?
광고 규제 완화가 아닌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자. 디지털 시대 지상파 방송의 위치, 역할, 기능, 사회적 책무, 운영의 방법들을 고민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책임성있는 자세 아닌가? 또 왜 지상파 방송의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가? 왜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가? 왜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가 다른 pp들의 것에 비해 매력적이지 못한가? 더 나아가 지상파 방송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을 먼저 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돈이 많아야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과 같은 재벌에게 방송 맡기면 된다. jtbc의 인프라가 더 튼튼한가? KBS나 MBC의 인프라가 더 튼튼한가? KBS와 MBC, SBS가 더 튼튼한데 JTBC의 뉴스룸에 왜 뒤처지는가? tvN의 시리즈물이나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들을 왜 이기지 못하는가가? 성공했던 프로그램들 중에 엄청난 돈을 투입해 성공한 것들이 얼마나 되는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갑질이 방송계를 교란시키고 수 많은 원성을 사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는 여전히 돈 더 많이 벌 수 있도록 해달라는 떼를 쓴다. 실제 제작현장에서 노력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노동력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방송사의 조직 형태가 과두형이 되는 것이다. 과두형 조직에서 생산성없이 지출되는 비용은 또 얼마나 되는가? 이런 것 ‘따지지도 묻지도 말고’ 중간광고? 이것은 답이 아니다.
돈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광고 규제 완화 논란은 결국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우리 쪽으로 끌고 와야 한다는 전쟁에 기름을 붓고 끊임없이 전선을 만드는 일이다. 지상파에게 우리는 지금의 이 상황에 강렬한 전사로 뛰어들라고 박수쳐주고 돈을 대줄 것인가? 지상파 방송사의 다른 목소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