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que

이제는 ‘분열’해야 이기는 정치판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drydreamer 2026. 10. 28. 15:29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한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고 살아 돌아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진영에서는 불만 가득합니다. 한겨레신문은 아예 “희대의 정치적 판결”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이번 판결을 맡았던 구회근 판사의 뒷배가 조희대 대법원장 아니겠냐며, 이재명 대통령을 노린 조희대의 사법쿠데타는 ‘현재진행형’이라는 해설까지 내놨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다 진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조희대의 사법쿠데타가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분노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조희대 탄핵론에 불이 더 세게 붙었습니다.

 

범여권/범진보 진영과 달리 국민의힘은 오래간만에 얼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보수 원로들이 “판사가 나라를 구했다”며 재판부에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벌써 오세훈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습니다. 2028년 총선 승리와 2030년 집권이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 앞까지 와있다는 듯이 들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많고, 더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다수의 대권 주자들이 벌이는 본격적인 경쟁 무대를 상상하면 할수록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양당 혹은 양쪽 진영 모두 더 단결하자고 말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진보 진영은 불가역적인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완수해 정치검·판사들의 손에 목숨을 잃지 말자며 끝까지 단결하자고 합니다. 이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대법관 물갈이만 하면 다 될 것 같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과 범보수 진영은 이제 그만 싸우고 모두 화합하자고 합니다. 오세훈·한동훈·이준석을 다 안고 힘을 키우자고 합니다. 박근혜·윤석열 탄핵 같은 일을 세 번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1당 독재에 더 이상 무릎 꿇지 않기 위해서 모두가 다시 모여 힘을 합치자고 합니다.

 

그러나, 두 당과 두 진영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두 당은 늘 불안한 동거를 해왔습니다. 서로 이념이나 생각이 다르고 지향하는 가치도 다르며, 정치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나 정치하는 방식도 다른 사람들이 한 당에 모여 있는 것 자체가 ‘헤어질 결심’을 자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별하려는 결심을 지연시키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힘은 ‘양당 중심의 진영 대결’이었습니다. 이별했다가 다시 결합하게 만드는 힘도 ‘양당 중심의 진영 대결’에 동참해야 살아남는다는 ‘정치이론’이었습니다. 민주화 이후 87년 체제가 만들어낸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수 없는 혹은 헤어져서는 안 될’ 사랑없는 동거는 지지층 앞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사랑스러운 눈길을 주고 ‘받아야 하는’ 쇼윈도 부부 정치를 대량생산했습니다.

 

사랑하지 않지만 물려받을 것이 많고 서로 나눠 가질 것도 많은 큰 집을 떠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라는 정치적 경험에서 만들어진 ‘이론’을 믿어야만 했습니다. 이론을 위반한 사람들과 이별 후 잠시 행복을 맛보던 사람들은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다시 큰 집을 찾아 용서를 빌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묻습니다. 사랑없는 동거를 끝내고 진짜 자신들이 사랑할 수 있는 ‘당’을 만들어나갈 생각은 없습니까? 양당의 적대적 공생 정치와 전체주의적 진영정치가 승리를 보장한다는 ‘이론’을 폐기 처분할 용기는 없습니까?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두 당의 대결은 더욱 거칠어지고 큰 집안의 기둥 차지하기 게임은 거의 생사를 건 투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벌써부터 과반수 이상 의석을 차지해 복수의 칼을 휘두르겠다는 의지가 뿜어져 나옵니다. 당 권력을 갖겠다는 내부 싸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두 당 혹은 두 진영(주의)은 격파해야 할 ‘더 나쁜’ 적이 있다는 것 하나로 대동단결을 부르짖으며, 지금까지 자신들이 행해왔던 수많은 부정과 악행들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차라리 같은 진영 안에서 용기있는 이별을 선언하는 정당이나 정치세력은 없을까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제 헤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요? ‘극우의 극우화’를 향해 치닫는 국민의힘과 결별할 다른 보수세력은 없을까요? 87년 체제를 끝내야 한다며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87체제의 종식과 7공화국 개헌의 출발점은 지금의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어야 합니다.

 

반명 대 친명, 문조털래유 대 한강새똥돼주길처럼 사람 편갈라 싸우는 대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자신의 정치철학과 이념, 노선과 정강정책이 서로 다름을 이야기하고, 그 다름에 기초한 각자의 정당을 튼튼하게 정립하는 과정을 통해 이별을 선언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윤석열 계엄과 내란을 옹호하고 멸공, 멸북, 반중, 맹미, 멸페미, 멸민노총, 멸전교조, 이승만· 박정희 만세와 윤어게인을 외치는 국민의힘과 결별하고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겠다는 용기있는 보수주의자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진보 안에서의 경쟁과 이별 없이는 조국혁신당이 있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수 안에서의 경쟁과 이별 없이는 2심 무죄의 오세훈이나 ‘홀로’ 보수 재건 한동훈의 의미를 찾기 힘듭니다. 신4당 체제 더 나아가 다당제 민주주의를 위한 ‘쇼윈도 부부’ 정치의 종식을 상상하기. 어떨까요? ‘분열’해야 모두가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나가길 기대합니다.

 

이영주/정치포럼 ‘노랑새와 빨간 장미’(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