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앞에서 어리석은 정쟁만 계속할 것인가?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군사분계선(MDL) 부근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3명의 간부가 중상을 입었고, 이들 중 대대장은 발목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추석 명절을 며칠 앞두고 발생한 폭발 사고와 군 장병들의 중상 소식에 온 국민이 비통해하고 있다. 가족들의 걱정과 애통함을 헤아리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치인들은 또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모든 것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정치에 지긋지긋 진절머리가 난다.
비무장지대 폭발 사고를 둘러싼 분간 없는 정쟁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다. 여당으로서 지체없이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찾고 밝히는 일에 나서야 했다. 국민과 가족에게 가장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했다.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 확인했지만 곧바로 공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숨기지 않고 보고해야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를 소집해 여야가 군 수뇌부나 정보기관과 함께 모여 관련 정보들을 공유하고 대책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김민석 당 대표와 당 지도부는 이를 주저하거나 가로막았다. 진성준 국방위원장 또한 자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야당의 정치 공세 탓하며 정쟁의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의 무게를 전혀 감당하지 못하고 야당과의 정쟁으로 빠져드는 길을 선택했다. 여당이라면 최소한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라도 폭발 사고 발생 즉시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현장을 지켜야 했다. 그런데 여당은 현장에 부재했고, 정쟁 메시지와 온갖 미사여구로 채워진 추석 인사 콘텐츠 확산을 위해 온라인에 몰려들었다. 이런 행동들을 보이면서 정부와 여당을 믿고 조사 결과를 지켜봐달라는 말을 순순히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
국민의힘은 통제되지 않는 정쟁 확대자다. 음모론부터 작동하는 사고체계로 인해 섣부른 의심병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없다. 몇 가지 정황과 ‘뇌피셜’에 의존해 자신들이 기대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결론을 미리 내리고 정부와 여당을 공격한다. 특히 북한 측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작동하는 음모론은 도가 지나치다. 제어되지 않는 음모론 정치가 여전히 보수의 강력한 힘이라고 착각한다. 여기에 대민 지원을 나갔다가 사망한 해병대 채상병 사건 등 경우가 같지 않은 과거의 군 장병 사상 사건들까지 꺼내 들고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는 국민의힘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대통령과 여당이 진상규명에 필요한 조사를 일부러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북한의 눈치보기에 바쁜 대통령과 여당의 실태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온라인 선전전을 벌이는 모습은 수권정당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 대신 ‘나 홀로 돋보이기’ 정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한동훈 의원은 DMZ 내 수색을 위한 즉각적인 인력 투입을 요구하며, 국방부의 증거 유실 시도설까지 흘리고 있다. “살인 사건이 났는데 일주일씩이나 현장 조사를 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증거 인멸하라고 도와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직무유기”라고 주장하며, 지뢰 폭발 사건을 살인 사건과 동일선상에 놓고 성급하고 설익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검사의 눈이자 언어이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넘어 매우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을 대하는 언행의 신중함이나 책임감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한동훈 의원이 가진 불신의 정도를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폭발 사고와 관련된 수많은 정보와 해석을 접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정부와 여당, 다른 야당이나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사고의 진상을 규명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여 묻는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과 한동훈 의원 모두는 지뢰 추정 폭발 사고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싶기는 한가?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책을 만들고 비무장지대의 진짜 비무장화를 위해 남북한이 무엇을,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정치집단들이 함께 논의하고 대화할 마음이 있기라도 한가? 아니면 우리가 여당일 때 당했으니 당신들도 당해보라며 온갖 음모론과 의심으로 무장한 채 소모적인 정쟁을 지속할 것인가?
비무장지대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동안 과격해지고 있는 정쟁을 지켜보는 국민과 가족들은 지금의 정치 집단들을 참으로 한심한 존재들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입으로는 중상을 입은 군 장병들을 걱정하고, 가족을 위로하며, 발목 절단 수술 후 깨어나 병사들의 안위부터 물었던 대대장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그들의 진심을 믿을 수 없다. 만약 진심이라면 정쟁 대신에 정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부정할 수 없는 원인을 찾고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함께 해야 할 일들을 준비해야 한다. 누가 먼저가 아니라 각자 먼저가 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비무장지대라는 말은 거짓이다. 실제로는 온갖 살상 무기로 가득 차 있다. 지뢰만 하더라도 많게는 200만 발에 달할 것이라는 자료도 있다. 남북한 양측이 비무장지대의 무장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휴전 상태에 있는 전쟁, 그래서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를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남북한 대치 현실에서 위아래로 4km, 좌우로 약 250km에 걸쳐 있는 비무장지대가 무장 없는 평화 구역이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뢰 폭발 사고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고, 남북한 장병 누구든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정치적 비무장지대가 필요하다. 모든 정치세력들은 국민과 군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 앞에서는 대화와 협력을 우선해야 한다.
한가위 연휴가 끝나간다. 누군가 한가위 인사를 전하는 엽서에 이렇게 썼다. “달은 차오르고 정은 깊어지고 행복은 오래 머무는 한가위 되세요.” 비무장지대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앞에서 진심으로 국민과 군 장병들을 생각한다면 서로에게 이런 인사를 전해보자. “증거는 차오르고 진실규명은 깊어지고 향후 대비책을 찾는 대화가 끊이지 않는 정치적 비무장지대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봅시다.”
이영주/정치포럼 ‘노랑새와 빨간장미(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