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에게 성평등가족부 장관직을 제안하며 기본소득당 세력에게 정권의 지분을 나눠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용혜인 의원을 둘러싼 엄청난 의혹들을 뒤로 하고 묻는다. 용혜인에게 장관직을 제안하며 기본소득당 세력에게 정권의 지분을 나눠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을 때, “왼쪽을 신경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왼쪽이 용혜인 의원과 기본소득당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 대표 시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반(反) 증세 정책을 밀어붙이며 중도보수 정당을 표방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에 우파 인사들을 영입하며 우클릭을 주도하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제 ‘왼쪽’을 호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정한 정치이념이나 노선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과 달리 청년 시절부터 좌파 사상 학습이나 사회운동을 해온 경험도 없다. 변호사가 된 후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하는가에 따라 의식이 형성되고 변해가는 과정이 축적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지자체장으로서 행정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시민들의 욕구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문제해결형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 여기에 기득권이나 정치(인)에 대한 냉소와 반감을 가장 잘 조직해 자신의 지지로 연결시키는 포퓰리즘적 감수성 또한 발달해 있다.
이런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자신을 지탱해 줄 더 큰 세력이 필요했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30여 년 동안 형성된 운동 세력과 이들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뒤늦게 결합한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표, 대통령에 이르는 과정에서 더 크고 튼튼한 세력에 대한 갈망이 그 누구보다 컸다.
당 안에는 노무현, 문재인 세력에게 밀려났던 세력이 있었다. 당 바깥에는 노무현, 문재인 세력을 대체할 새로운 인물을 통해 당권을 확보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은 바로 더불어민주당의 주류 교체와 정권 창출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탄핵을 위한 광장의 전사로 부상한 이재명은 곧장 문재인을 꺽을 기대주가 되었지만, 2017년 대선 경선에서의 1차 난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 1차 난은 이재명 대통령 주변으로 많은 ‘좌파’ 세력들이 모여들게 했다. 경제 정의, 평등한 세상, 노동자 세상,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없는 세상,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조국 통일 등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 다른 이념을 가진 ‘좌파’ 세력 중에 많은 이들이 이재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 대표적인 세력이 바로 민족해방파에 밀려 운동권의 변방에 밀려 있던 ‘평등파’의 한 정파였던 기본소득당이다.
2018년 경기도에 입성한 이재명 도지사는 ‘기본소득’, ‘생활임금’과 같은 좌파 의제들을 대대적으로 무대 위에 올렸다(기본소득이 좌파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아니면 우파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는 논쟁 중이다. 다만, 현재 한국에서는 좌파 노선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국내외 기본소득론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기본소득 대회를 열기도 했다. 경기도는 온갖 기본소득을 신설하고 최초로 생활임금 제도를 실행했다. ‘청년기본소득’, ‘예술인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정책으로 지역화폐 예산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재난기에는 ‘경기도재난기본소득’이라는 단어로 수차례에 걸쳐 지원금을 풀었다. 현금 지급 형태의 지원금은 모두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본소득’ 전도사가 되었고, 일 잘하는 도지사라는 칭찬을 들으며 마침내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결국 2차 난이 성공했다. 대통령이 된 후, 지지자들은 “일 잘하는 대통령”이 오직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믿어 왔다. 그들은 이재명 대통령 보유 국가 대한민국이자 대한민국의 자부심 이재명 대통령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이제 이재명 대통령은 일부 지지층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왼쪽’을 보강해 계속 일도 잘하고 지지율에도 신경쓰겠다며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을 정권 내부로 호출했다.
묻는다.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의 역사나 의혹들에 대해서 묻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들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어떤 생각과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반미 반제국주의, 반 자본주의 공산 혁명을 꿈꾸었던 이들의 생각을 국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노동당의 비밀언더조직으로 뭉쳐 활동할 때 이들이 공유했던 남성권력 지배와 연애 사업 금지, 혼전섹스 금지, 낙태금지와 같은 강령을 성평등가족부 정책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누군가를 장관으로 지명하려면 해당 부처 장관에 그 사람을 꼭 지명하려고 하는 이유와 이 사람을 통해 무슨 정책의 실현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특히 ‘왼쪽’을 살펴야겠다며 국정 전환 방향을 제시했던 대통령으로서 가장 ‘왼쪽’ 같아 보이는 용혜인 후보에 대해서 더욱더 상세하게 지명 이유를 설명하는 ‘친절한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이걸 누가 하겠는가? 설마 비서실장이나 청와대 대변인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영주/정치포럼 ‘노랑새와 빨간 장미’(준) 대표